레오츠카 - 꿈의 고속재생
레오츠카가 보고 싶어서 쓴 썰... 차후 제대로 된 글로 쓸 예정.
비지엠으로... 넣어보았습니다... 들으시면서 보셔도...좋아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생각했기 때문에...
설정은 약 일주일 후에 지구 멸망을 초입에 두고 있다는 설정, 지구보다 몇 배는 커다란 행성 하나가 지구를 향해 직선의 궤도를 지니면서 달려오고 있다는 것, 신문 제 1면에 대문짝하게 실렸지만, 특집기사라는 4면을 제외한 그 외의 면들은 평소랑 다름없이 평범하기 그지없이 어느 정계인사의 불륜과 치정으로 도배되어있고, 이번 행성으로 인해 주가지수가 하락했다던가, 미국 금융시장이 들쑥날쑥 거리고 있다던가, 달러가치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엔화가 얼마나 하향되었는지, 바로 옆 나라 남한에서는 이번 행성추락에 관해 어떤 방책도 내세우고 있지 않다던가, 사실 지구 멸망보다 지금 돌아가는 자본주의의 경제시장이 중요한 일상이라는 듯이, 실로 사소하기 그지없는 특집 기사로만 다루어지고 있었다. 특집기사랄 것도 없이 다분히 평범하고 평소와 똑같아서 지나가는 이들이 우스갯소리로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 그래, 기왕이면 행성 하나가 부딪쳐오는 거지, SF영화같고 좋지 않아? 어어라, 그렇구나. 그렇게 지구 멸망이 되겠구나, 지구가 내일 바로 멸망한다면 그 마지막 날에 넌 뭘 할래? 나는 술이나 실컷 마시고 담배나 피우면서 잠이나 잘래, 뭐? 복권? 로또 당첨? 어차피 죽을 건데 그런 게 무슨 소용이나 있어.’ 하고 길가던 양아치들의 담화를 주워다가 그럴싸한 시나리오의 기사문으로 그려낸 것만 같이 허무하고 현실감따위는 조금도 깃들어있지 않은 얄팍하고 허술한 밀도의 소식.
스오우 츠카사는 신문 기사를 본다. 지구 멸망이다. 나사에서는 그 어떤 해방책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커다란 미사일을 미리 쏘아 날려서 지구에 충돌하기 전에 날려보내는 건 어떠냐는 말이 오갔지만, 실상 그러기엔 지구의 몇 배에 달하는 행성이 부딪쳐오는 게 먼저고, 설사 폭팔한다고 쳐도 그 파편들이 지구 여기저기에 내려꽂히고, 부딪치고, 터지고, 마치 나비를 박제할 때처럼 지구 이곳 저곳에 커다란 구멍을 휑덩그레히 남길 것이라는 말뿐이었다. 어떠한 해결책도 예방책도 없었다. 그저 이렇게 서서히 지구 멸망까지의 시간을 재면서 일상을 소비하는 일밖에는. 일주일. 일주일뒤면 지구가 멸망한다.
월요일,
교정에는 언제나처럼 사람이 가득하다. 모두가 저마다 생활을 즐긴다. 츠카사는 기묘한 이질감을 느낀다. 연습을 하기 위해 들어간 스튜디오엔 여전히 리츠 선배가 잠을 자고 있고, 세나 선배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고, 아라시 선배는 좋아하는 잡지를 팔락거리고 있다. 지구가 멸망한다네요, 라는 말에 아아, 그러게. 어쩌면 좋지, 나 아직 입어보지 못한 옷이 많은데 말이야. 다음달 특집호에 실릴 기사도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라는 평범한 말. 리츠 선배는 잠을 잔다. 불안하지 않으세요? 라는 말에 평소처럼 주무시고 계시니까, 글세, 잠은 죽어서도 잔다지만, 정말로 죽은 후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그냥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할래. 그게 가장 행복해. 하고 다시 잠에 든다. 세나 이즈미, 이상한 말을 할 거면 조용히 앉아서 너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잠자코 하라는 말을 한다. 스오우 츠카사, 곰곰이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그를 찾아 나선다. 그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작곡을 하고 있을까. 유즈루 선배를 만난다. 선배, 하고 인사를 해보이자 아, 스오우 도련님, 하더니 죄송하지만 조금 이쪽으로 숨어주시겠어요? 하고 말한다. 그는 화단에 숨어 있었다.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 건가요? 글쎄요, 하는 사이에 토리의 목소리가 들린다. 크고 쩌렁쩌렁한 목소리. 정말! 유즈루, 어디에 숨은거야! 짜증내는 목소리에 반대로 곁에 있는 유즈루는 낮은 목소리로 실로 즐겁다는 듯이 웃는다. 숨소리에 가까운 웃음소리.그저 숨만 내뱉을 뿐인 그 묵직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스오우 츠카사는 즐겁냐고 물어본다. 유즈루는 웃는다. 네, 무척이나요. 술래잡기인 건가요? 네, 지금 꼭 하고 싶으시다기에 해드리고 있어요.
내일이 지구 멸망이라는데, 무섭지도 않아요? 이런 일로 정말 괜찮아요? 유즈루는 그저 웃는다. 네, 이 일로 즐거워요. 죽기 전에 좋아하는 사람과 맘껏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해야죠.
교정엔 어느새 사람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츠키나가 레오는 끝끝내 보이지 않는다.
화요일,
교정엔 한산한 인파만이 들어차있다. 마치 썰물때의 바다와도 같이 사람들이 듬성 듬성 물결치고, 이따금 한 쪽에선 소리치며 서로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이들이 있고, 스오우 츠카사는 오늘은 스튜디오에는 가지 않는다. 않았다.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한다. 사실 스튜디오에 갔다, 여전히 리츠 선배는 잠을 자고 있고, 아라시 선배는 좋아하는 잡지를 읽다가 도중에 돌아가버렸다. 리츠 선배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이사라 마오가 찾아와 리츠 선배를 데리고 사라졌다. 리츠 선배는 무척이나 행복하단 얼굴로 잠투정을 해보이고 있었고, 세나 선배는 보이지 않았다.
거의 혼자나 다름없는 교실에서 스오우 츠카사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한쪽 구석에서 불타는 듯한 그림자를 찾는다. 츠키나가 레오가 틀림없다. 그가 학교에 있다. 뛰쳐나가려다가 멈칫한다. 그를 왜? 이토록 긴급하고 위급한 순간에, 절망적인 순간에 그를 찾는 걸까. 그를 찾을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닫고 천천히 계단을 내린다. 계단을 내리고 이리저리 건물 속을 배회하다가 학생회실에 도착한다.
학생회실에는 텐쇼인 에이치가 그리고 케이토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두 사람은 담화를 나누고 있었다. 스오우가 들어왔다. 텐쇼인은 인사를 하고 케이토는 말 상대가 생겼으니 나는 이만 가본다며 사라진다. 저 때문에 가시는 거라면 가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하고 말하는 츠카사를 보며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처리하지 않으면 다음주에 곤란해져, 라고 말한다. 하지만 다음주는, 하고 츠카사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씹어 삼킨다. 학생회실에는 텐쇼인 에이치와 츠카사만이 남아 있다.
의자를 가리키기에 앉는다. 홍차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가든 테라스까지 가야할 것 같아. 같이 가겠어? 하고 두 사람은 걷는다. 이동하던 도중에 스오우는 문뜩 묻는다. 두렵지 않으세요? 뭐가? 다음주면, 아아, 지구 멸망의 일 말이구나? 네, 저는. 츠카사는 무섭니? 묻는다. 츠카사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죽는 건, 말야,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다가 오히려 정해진 기한을 받으니, 이제 마음이 편해. 자유로운 상태야. 아아, 언제 죽어도 상관없어, 모두가 함께 죽어줄테니까. 혼자 죽지 않는구나. 하는 기분. 은 농담, 죽을 날을 확실히 알았으니 오히려 여유가 생겨.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생각이야.
스오우 츠카사는 말하지 않는다. 가든테라스 앞에서 머뭇거리다 돌아선다.
교정을 홀로 걷는다. 교정 그늘에 츠키나가 레오가 잠들어있다. 평소와 똑같은 얼굴로, 변함없이 자는 얼굴. 석양이 진 탓에 머리가 더 샛붉게 물들었다. 무슨 영문일까, 가만히 그 얼굴을 지켜보고 싶은 기분이 들어 그렇게 한참을 지켜보다가 그가 작게 신음하며 잠꼬대를 하는 바람에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나왔다.
수요일,
교정엔 사람이 없다. 어느샌가 인파가 줄었다. 간간히 복도에서 아는 얼굴을 스쳤지만, 서로가 평소처럼 인사를 하고 지나갔을 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 오늘 아침에 뉴스에는 행성의 이름이 나왔다. X-666, 지구 멸망을 나타내는 행성 X다. 성경인가 하는 책에서 6은 악마의 숫자라고 말해져서 지구 멸망을 알리는 저 별의 이름은 그렇게 결정되었다. 모두를 지옥불로 밀어넣고 있으니까. 스오우 츠카사는 별 말이 없다. 그 별이 얼마나 빠른지,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앞으로 지구를 박살내고 지나갈 별이 어떤 궤도로 인간들의 묘지를 거쳐갈 것인지, 별로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았다. 교실에 앉아 혼자 책을 읽다가 텅빈 스튜디오를 기웃거리다가 빠져나왔다. 어째서인지 발길이 그 전날 츠키나가 레오가 잠들어 있던 나무 밑에 닿았다. 그곳엔 없었다. 역시 신출귀몰하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걸으면서 발을 옮기다 옮기다 가든 테라스에 닿았다. 사람은 없었다.
꽃이라도 구경할까, 마지막으로 조문해주는 이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에-물론 마지막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천천히 기웃거리다 들어선 안 쪽에 츠키나가 레오가 자고 있었다. 방금전까지도 작곡을 하던 모양인지 여기저기에 종이가 흩뿌려져있다. 그 자는 얼굴을 한참이나 빤히 바라보다가 스오우 츠카사는 곁에 누웠다. 무슨 영문인지 그렇게 하고 싶었다. 평소의 자신이라면 절대로 이런 잔디에 누워서 잠드는 일따위는 하지 않을텐데도 불구하고, 무슨 영문일까. 잠이 들었다.
설핏 잠에서 깨니 어느샌가 츠키나가 레오가 팔로 저를 감싼 채로 자고 있었다. 옅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기에, 정말 자고 있는 걸까, 자는 척을 하는 걸까, 조심스러웠지만, 지금이라면 자는 척을 하는 게 자신만은 아니고, 자는 척을 빙자해 무엇이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서 팔을 뻗어 등을 끌어안았다. 그냥 온기가 필요했다. 그 뿐인 일. 다시 눈을 떴을 때 혼자였다. 위에는 츠키나가 레오의 겉옷이 덮여져 있었다. 어딜 간걸까, 하고 벌떡 일어났을 때 바로 옆에 있던 테이블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작곡하고 있다.
저 옆얼굴을, 나는 참 좋아했었지, 하고 생각한다. 눈이 마주친다.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깼어? 하고 묻는 그와 말이 없는 스오우 츠카사.
사람이 빠져버린 교정을 가로질러 나온다. 손을 잡고 싶어서 잡았다. 내치는 사람이 없었다. 인적드문 길을 걸었다.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거리가 휑하다. 텅빈 도로가 외로웠다.
그럼, 내일 봐. 하고 헤어진다. 내일 봐, 내일 보자니 이 얼마나 일상적인 대화인가.
목요일,
교실로 들어서지도 않고 가든테라스에 갔다. 역시나 그는 거기에 있었다. 마치 왔어? 하고 묻듯이 그는 스오우 츠카사를 보고 스오, 하고 이름을 부른다. 츠카사는 아무런 말없이 그 옆에 앉고 두 사람은 대화따위는 없이 나란히 앉아있다. 하늘이 주홍빛 물감을 하늘에 한가득 풀어넣으며 멋대로 색을 바꿔갈 때까지도,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때 츠키나가 레오가 입을 맞췄다. 무슨 바람이라도 든 걸까, 생각했지만 스오우 츠카사는 눈을 감았다. 투명하고 끈쩍한 소리가 턱 밑으로 선하게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그 날은 함께 잤다. 끈끈한 침을 서로의 몸에 바르면서, 두 몸을 한 몸으로 이어놓고 잠에 들었다. 손과 손을 이어놓고.
금요일,
그 날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함께 일어나 어색하게 학교에 나왔다. 학교에 나올 이유는 굳이 없었는데. 사람이 없는 교정에, 아니 학교 전체가 두 사람만의 세계였다. 두 사람은 교정 한켠에 펼쳐진 잔디밭에 누워서 낮잠을 잤다. 잠을 자다가 깨면 그는 작곡을 하고, 스오우 츠카사는 그 옆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선을 느낀 그가 웃으면, 따라 웃고, 웃을 때면 패이는 뺨 속의 작은 우주에 그가 입을 맞춰주었다. 어색하고 부끄러워 뺨을 붉히면 뺨을 만져주었다.
석양이 진다. 태양이 따끈따끈한 최후의 빛을 내면서 사라지려고 할 때 츠키나가 레오가 스오우 츠카사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오우 츠카사는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몰라서 잠시 망설였을 때, 츠키나가 레오가 사라졌다. 대답은 필요없어, 그저, 내가 말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토요일,
이 널따란 교정에 버려진 스오우 츠카사. 혼자였다. 츠키나가 레오도 사람도 그 누구도 없었다. 홀로 걷고 홀로 가든테라스를 거닐다가, 혼자 스튜디오를 기웃거리다가, 그의 교실에 도착했다. 그의 자리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책상 이곳저곳에 멋대로 그려진 악보가 있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책상 위를 더듬는다. 그가 오길 기다려본다. 그는 이곳 어디에도 없다. 홀로 버려진 공간에서 스오우 츠카사는 한밤이 돼서야 빠져나온다. 집으로 향하려는 발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그 요일, 무명의 요일,
츠키나가 레오의 집을 찾았다. 그는 집에 홀로 있었고, 스오우 츠카사를 보고 적잖게 놀라는 얼굴을 짓고 있었다. 왜 온 거야, 라면서 차갑게 묻는 사람을 보고 할 말이 있어요. 라고 말한다. 레오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 했잖아, 들을 말 같은 건 없어, 내가 하고 싶었을 뿐이니까, 그건 마지막이라서 그런 거겠죠? 그렇다면 내게도 마지막이란 걸 알면 나도 말할 권리가 있다는 걸 잘 새겨요! 듣고 싶지 않아, 그냥 나는 말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대답할 이유같은 건 없어! 전 대답하고 싶어요. 거절같은 건 듣고 싶지 않아. 마지막까지 거절당하는 건 사절이야. 라고 말할 때 머리 위로 폭죽이 터진다. 폭죽이 아니야, 저건, 검은 하늘 전체가 삽시간에 이곳 저곳에 작은 불꽃의 씨를 뿌리며 하나의 우주, 은하수가 되어간다. 커다란 굉음이 귀를 찢을 때, 츠키나가 레오의 몸이 스오우 츠카사의 몸을 감싼다. 머리 위에서 터지는 강렬한 폭죽. 형형색색으로 물들어가는 빛 속에서 스오우 츠카사가 츠키나가 레오의 옷깃을, 손목을, 손을 잡는다. 빛이 빛발친다.
사랑해요.
진한 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