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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키나가 레오 X 스오우 츠카사 / 레오츠카 소설본 : 무중력 소년
4
“딱히 비밀은 아니니까.”
그는 고개를 왼편으로 기울인다.
“누구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니고……”
발끝에 돌이 채인다. 우연히 걸렸을 뿐이다. 츠키나가 레오는 힘없이 발 앞의 돌을 툭 하니 건드렸다. 돌은 그의 앞발에 엉덩이가 걷어차인 망아지처럼 멀리 달려나간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달려나간 돌이 정착한 결승선은 스오우 츠카사의 오른발이였다. 츠키나가 레오는 돌이 그리던 궤적과 패여진 땅을 바라보며 온점을 생각한다.
“역시 위험하잖아요? 그런 Stranger한 능력이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도 소용이 없던 일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인간은 ‘평범’과 ‘보통’을 각주처럼 달아가며 살아가길 바라는 생물이다. 어쩌면 반대로 그에 매달린 각주처럼 보편적인 삶을 보편적인 모습으로 유지하는 게 좋을테니까,
“뭐―”
스오우 츠카사도 그렇게 생각하는 인류일지도 모른다. 사회가 말하는 바르고 곧은 길을 나가는 사람. 츠키나가 레오는 굳이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아졌기 때문에-그의 죽끓듯한 변덕스런 성미를 잘 알고 있던 스오우 츠카사는 불평대신,
“그치만 그 능력, 리더는 좋은 거죠?”
하고 묻는다. 목소리가 상냥했다.
“응. 이상하지.”
“이상하다기보단……”
상냥한 목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던질 말이 궁금하면서도 듣고 싶지 않았다. 츠키나가 레오는 다시 한 번 바닥에 패인 온점에 집중했다. 온점으로부터 시작하는 곡을 써보는 건 어떨까, 강인한 침묵으로 시작하는 노래, 그렇다면 그 뒤에 그려질 음표는 그러니까,
“특별한거네요. 남들과 다르게.”
특별한 녀석일지도 모른다. 츠키나가 레오는 고개를 들어 스오우 츠카사를 바라보았다. 물었다.
“특별해?”
“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당신의 그 능력. 자유분방한 모습에 딱이고―”
얼굴에 거짓이 묻어있지 않았다. 선의의 거짓말을 위해 잘 포장해놓은 표정도 아니였다. 제가 보내는 지긋한 시선에 당황하거나 굴하지 않은 채로 마주보아오고 있다.
“어쩌면 남들보다 더 아름다운 Scene을 보실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말 끝부분엔 왠지 모르게 미약하게 부러움의 체취까지 풍겨오는 듯해서 츠키나가 레오는 막연히 떠오르던 별들을 생각해낸다. 형형색색으로 빛발치기 시작하는 수많은 음표들처럼,
“아, 아아! 밤하늘! 그래! 특히나 밤하늘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미술가라면 하나의 화폭이라고 부를 그 풍경을 츠키나가 레오는 악보로 받아들인다. 빛발치는 별들의 목소리를 생각해낸다.
“밤하늘이요?”
“우주에 나 혼자 버려진 기분!”
산란하는 빛 사이에서 빛이 없는 자기 자신을 죽어가는 별이라고 생각하면, 죽어가는 음표들에 휩쓸리는 자기 자신은 어쩌면 거대한 악장 속을 악취나는 쥐처럼 돌아다니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아, 벌거벗었던 왕에게 참으로 잘 어울리는 구질구질한 모습이 아닐까.
“앗, 악상이 떠올랐다!”
“여기서 엎드리는 건 그만두어주세요!!”
말을 뱉었을 뿐인데 스오우 츠카사는 황급히 제게로 다가와 소매를 붙든다.
“덧붙여 교내에선 사용을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Lesson을 까먹거나 저를 피하시기 위해서 날아다니시는 건 곤란하니까요!”
“에―”
“몰랐을 땐 그저 넘어갔어도 알아버린 이상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스오는……”
츠키나가 레오는 손을 뻗는다. 뺨을 만지는가 싶던 손이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넘긴다. 제 뺨을 더듬는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스오우 츠카사는 마주선 츠키나가 레오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흐아아―?!”
“잔소리쟁이구나!”
그 손가락이 자신의 볼을 잡아 늘어트린다. 볼이 얼얼하고 따끔하고 시큼거려 스오우 츠카사는 팔을 휘둘러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둔탁한 소리를 내는 제 주먹질에도 아랑곳않은 채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