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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plikə , [레플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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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피스톨즈 AU +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토리입니다. 아래의 내용을 유의해주세요. 


* 다소 난폭하고 격렬한 소재 및 표현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이점 유의해주세요.  불쾌하신 분은 뒤로가기 버튼을 클릭해주시기 바랍니다.


    trigger warning

트리거 워닝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난폭하고 유해한 요소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주의 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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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오우 츠카사는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다고개를 숙인 탓에 드러난 목덜미가 제 가지런한 선을 내보이고그 고운 선이 끊기는 지점부터 깃의 선이 시작된다순백을 자랑하는 나가쥬반(기모노와 같은 길이의 긴 쥬반일본옷의 안에 입는 속옷위로 겹쳐입은 청량한 물색 기모노가 보인다세세한 박음질을 따라 시선을 내려가다보면 결국 그 선은 몸의 선이 된다순백에 겹쳐진 물색은 자그마한 수평선몸 안에 하나의 수평선을 지닌 그는 초조한 심경으로 고개를 숙이며 앉아 있었다.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 앉아 제 무릎만을 뚫어져라 바라본다오비로부터 시작해 복사뼈로 가까워질수록 물 위로 진하게 피어나는 보랏빛의 수국의 이파리 하나까지잎사귀가 겹쳐질 때 생기는 찰나의 겹들까지도 세세히 관찰하듯 숙인 고개로 아래만을 바라보고 있다수국의 이파리를 세고 있는 그는 초조한 심경으로 제게 방문할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주일이 되어버린 아침그 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그 누구보다 스오우 츠카사는 가장 잘 알고 있었다새벽녘어스푸름하던 창밖을 바라보다 포근함을 찾아 이불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간 츠카사가 다시 눈을 떴을 땐 언제 가져다놓고 간 것인지화장대 옆 선반 위에 가지런히 개켜져 있던 기모노였다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가 없다뭣보다 기모노까지도 가지런하니 차려입은 제 행색을 보자니 외면하고 싶어도 거듭 자각하게 되어버린다.

이렇게 기모노를 차려입는 일이 무척이나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한동안 착용치 않았기 때문일까새삼스레 갑갑한 기분이 차오르고 있었다병상-이라고 이름붙이기도 민망하지만-에 누워있는 동안은 줄곧 잠옷차림으로 지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복식을 갖추는 게 당연한 일임에도 어색하기 그지없었다그중에서도 가장 생생하게 다가오는 감각으로 말할 거 같으면 제 다리와 다리 사이맞비벼지는 살갗이 만들어내는 미적지근한 따뜻함은 도무지 적응되지 않았다언제나 낯설다옷을 입고 있어도 발가벗고 있는 듯 한 부끄러움과 미약한 수치심이 늘 마음 한칸에 박힌 돌처럼 존재했다.

초조한 심경을 감추고자 그는 괜시리 제 폼을 살펴본다초조할 때 되려 신중을 기해야하는 수를 두는 사람처럼 제 몸에 자리잡은 옷감들을 살피운다오비를 돕는 끈이 비틀어지진 않았는지소매에 잔주름이 일지는 않았는지소매 끝에 박혀있는 수국잎을 손톱으로 슬슬 긁어보고 있자니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화들짝 놀라며 스오우 츠카사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좋은 아침이구나츠카사.

“네좋은…… 아침이에요.

“간밤은 좀 편안히 보냈니?

“네형님은?

“나야 언제나처럼 보냈단다편하게 앉으렴아픈 네가 서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나도 얼른 앉고 싶고 말야.

침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텐쇼인 에이치는 츠카사에게 편함을 권했다훈련이 잘 되어 주인에게 앞발을 내어주는 강아지처럼 스오우 츠카사는 순순히 그의 말에 순종했다그런 그의 옆에 그가 앉았다제법 바싹밀착해있다.

“오늘 기분은 좀 어떠니?

“괜찮아요.

대답은 이미 정해져있는 바나 마찬가지였다.

“그래?

그가 조심히 제 머리를 쓰다듬는다스오우 츠카사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빳빳하게 곧추세우며 긴장한 상태로 그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부드럽게 제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리고 빗어주던 가는 손가락이 제 머리를 한움큼 집고는 그 사이로 꽂아넣을 빗을그가 주는 선물을 기다린다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언제나처럼 그는 머리에 조그마한 머리빗을 꽂아준다꽂꽂이를 할 때 잔 가지를 쳐내 제가 원하는 모양으로 잎들을 주무르듯 그는 츠카사의 잔머리들을 귀 뒤로 쓸어넘겨주거나 제 손바닥의 온기로 달래며 츠카사의 모양을 정돈하고 있었다.

“저오늘은……”

제 머리칼만을 어루만지는 텐쇼인 에이치가 도무지 입을 뗄 생각을 하지 않는 듯 해결국은 스오우 츠카사가 먼저 대화의 물꼬를 틀어야만 했다목소리가 제 귓전을 두드려 에이치는 빨간 빛 사이서 자유롭게 놀고 있던 손을 제 무릎에 가지런히 내려놓으며 음성에 귀를 기울여왔다동시에 고개를 살며시 숙여 츠카사와의 거리마저 좁혀낸다.

“오늘……오늘은……”

입술 밖으로 차마 터지지 못한 말이 제 몸 속에서 달그락달그락 거리며 요동을 쳐츠카사의 손끝부터-제 몸에서 제일 나약하고 가는 손가락부터 덜덜거리며 진동하고 있었다.

 

떨림이 멎는다텐쇼인 에이치의 손이 떨림을 다정히 보살핀다츠카사의 모아진 양손을 제 손으로 안아주며 다정한 그는,

“오늘은 나와 함께 갈 곳이 있단다.

하고 웃는다눈이 곱게 휘어있고 입꼬리는 호선을 그리고 있다어찌된 일인지 윗입술이 얄팍하게 아랫입술 사이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의 입술은 팽팽하게 당겨진 활과 같다고스오우 츠카사는 생각했다.

 

저택에서 나온 지 10분 남짓이나 되었을까제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 궁금증을 내보이기도 전에 차가 주행을 멈추었다여기가 어디인지츠카사가 창문으로 시선을 주기도 전에 텐쇼인 에이치가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잡아왔다.

“내릴까?

목소리에 홀린 듯 츠카사는 그의 손길을 따라 자동차에서 내렸다정오를 달려가는 시각이었기에 햇빛이 쨍했다그 바람에 츠카사는 눈살을 찌푸리느라 제 앞에 있는 건물의 정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무작정 이끄는 손길에 제 몸을 맡기며 서서히 건물로 들어섰다.

 

**

 

줄줄이 매달려 각기 다른 제 색채를 뽐내는 연등처럼 고급주택들이 늘어서있는 이 주택가를 달려가다 보면 마치 저 멀리 내다보는 지평선처럼 보이지 않는 막으로 이루어진 경계선이라도 있는 듯이 주택들의 행차가 끝나는 지점이 나타난다그로부터 멀지 않은 거리에 화려한 주택들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칙칙한 돌로 이루어진 건물이 하나 서 있다칙칙하다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누렇게 색이 떠서 낡아보이는 그 건물은 좋게 말하면 아마빛을 지녔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영국 고딕 양식을 따라 가로로 길게 건축된 이 4층 자리 건물은 말하자면 세계를 나누는 경계처럼 보이기도 했다그 거대한 건물을 지나서야 비로소 주택가는 진정으로 끝맺어지니,

실상은 주택에 사는 이들은 주택가를 벗어날 일이라 해봐야 일 년에 휴양지를 찾아 떠날 때 외에는 별달리 없었다주택가 내로 그들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라면 그 어떤 하찮은 잡풀이라도 심어놓을 수 있는 일손과 잡풀을 구할 수 있는 자본이 그들에겐 넉넉했기에,

이 아마빛 주택은 병원으로 불리우고어떤 이는 요양원이라고도 부르고또 어떤 그이는 의사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스오우 츠카사는 실내에 발을 디딘 후에야 비로소 이 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병원은 무슨 일로…… 혹시 어딘가 불편하신 거에요?

“불편하지그럼.

그의 건강이 좋지 않은 걸까츠카사가 눈썹을 팔자로 늘어트리는 모습을 보며 그는 소리죽여 웃는다.

어디가 얼마나 아프신 거냐며 웃지만 말고 대답을 해달라고 연신 재촉하는 츠카사의 고집에 에이치는 별 수 없다는 식으로 순순히 대답해줘도 될 말을 뱉어내었다츠카사는 의뭉스러운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내가 아니라 츠카사너에 대한 일이란다.

제 몸에 관한 일이라면일전처럼 왕진(往診)으로 해결하면 될 터였다병원까지 끌려올 정도로 제 상태가 심각치 않다는 것은 육체의 주인인 제가 가장 잘 알고느끼고 있었다이 몸을 체감하는 것은 저였다츠카사는 저의 건강함을 드러내려 했지만에이치는 그말을 아침이면 무심하게 지나치던 새의 지저귐처럼 평온한 얼굴로 넘긴다종종걸음으로 그를 쫓아가 도착한 곳은,

“산…부인과……?

“예약을 해두었어이대로 들어가면 돼.

그리 말하며 텐쇼인 에이치는 문고리를 쥐었다금방이라도 문을 열어버릴 것 같은 조바심에 츠카사는 황급히 그의 손을 붙들며,

“하지만저…… 임신하지 않았어요.

고개까지 저어가며 말해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가야 한다며 에이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여러가지로 네가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네?

“후후물론 전부 내 짓이지만…… 일단들어가줄래?

문고리를 비틀며 문을 연다텐쇼인 에이치는 가차없이 스오우 츠카사를 그 네모난 틀 속으로 밀어넣는다.

 

**

 

병원답게 청결한 시트가 깔려있는 매트리스가 보이고한쪽에는 괴기스러운 해골모형도 서 있다벽에는 사람의 내장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 생생한 색채로 칠해진 그림이 있었고몹시도 전형스러운 그 풍경 속에 역시나 진부한 모습의 의사가 서 있었다시트처럼 하얀 가운을 입은 그는 자연스럽게 제 앞의 의자를 가리킨다에이치가 등을 떠밀었기에 츠카사는 일단 앉기로 다짐했다.

그러나무슨 말을 해야할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무엇을 이야기하라는 걸까제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인지 본인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텐쇼인 츠카사님.

“츠카사?

“네?

“대답을 해야지.

자신을 부르는 소리였는데 츠카사는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그러니까,

“아죄송해요잠시 생각을 좀 하느라…… 무슨 말씀이셨죠?

“성함을 불러드린 것 뿐입니다.

“네……”

이름을 부르는 말인데 아직은 익숙치 않은 그 성()에 대해서 반사적으로 작용할 만큼 익숙해지지 못했기에 그의 말은 허공을 맴돌다 사라질 소음처럼 느껴졌다정신을 차려야 했다괜찮다며 자신의 뺨을 내리쳤던 아침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이렇게 해이해질 순 없었다.

“경종이시네요?

“네.

“부모님은…… 모두 중종이시군요.

“네……”

츠카사는 이 대화를 지긋지긋하게 반복해왔고수없이 말을 번복하며 제게 뱉던 ‘실수-그들이 말하기로는-’들을 떠올린다굳이 그들이 일일이 확인시켜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처지는 그 누구보다도 몹시나 지나칠 정도로 생생히 제가 자각하고 있었으니,

“아이를 가지실 수 있는 몸이네요.

츠카사는 대답없이 고개만을 까딱였다아아뭐랄까…… 굳이 이런 사항을 재확인 시키기 위해서 에이치는 자신을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일까그도 아니라면 제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나휴지 구기듯 거듭 버려지는 생각들을 번복하며스오우 츠카사가 상념에 젖어있을 때

“몸을 봐주셨으면 해요.

에이치가 말했다.

“네?

그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츠카사가 에이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평온하고 언제나처럼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고운 콧날선을 자랑하는 그의 옆모습이 보인다.

“물론제가 볼 거에요.

“보보다뇨?

“그런 점 정도는 알고 계시죠?

“자잠깐만요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하나도 이해가―”

“츠카사?

에이치가 자신을 바라보며 웃는다제 이름을 불렀다츠카사는 곧장 입을 다물어버린다입술이 맞물린다입술을 덮어버려 잇새도 드러나지 않는다혀 또한 잠잠히 멎어 있었다순풍마저 자취를 감춰버린 날처럼 고요하다.

“상처가 난 곳이 없는지 걱정이 되어서요일전에 큰 일이 있었거든요.

“큰일이라면―”

“그것까진 당신이 알 필요 없고.

의사는 시선을 회피하며 차트로 눈을 돌린다. “괜찮단다”기도하듯 제 양손을 붙든 채로 연신 맞물린 오른쪽 엄지와 왼쪽 엄지의 손톱을 비벼대고 있는 츠카사의 어깨를 쓸어내리며 텐쇼인 에이치가 따뜻하게 말했다목소리에 온기가 담겨 있었는데 그 따뜻함은 제 속으로 스며들지 못한 모양인지부질없이 어디론가 증발해버린 건지저에게는 한기만이 가득해 등줄기론 소름이 돋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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