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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plikə , [레플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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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피스톨즈 AU +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토리입니다. 아래의 내용을 유의해주세요. 


* 다소 난폭하고 격렬한 소재 및 표현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이점 유의해주세요.  불쾌하신 분은 뒤로가기 버튼을 클릭해주시기 바랍니다.


    trigger warning

트리거 워닝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난폭하고 유해한 요소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주의 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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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눈을 떴을 때 여전히 그의 품속이었다. 제 얼굴 바로 맞은 편에 그의 얼굴이 있었다. 감긴 눈꺼풀이 있었다. 가지런한 속눈썹이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이 있었다. 제 속을 부끄럼없이 내보이는 입술안, 연분홍 살점이 보였다. 그 연분홍 살점 위에 날카롭게 다듬어진 송곳니가 보였다. 츠카사는 한참을 그의 얼굴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무엇하나 망가짐 없이 자신은 그대로였다.

기모노도 오비도 머리빗도 잠버릇탓에 헝클어진 것 외엔 전부 그대로였다. 스오우 츠카사는 눈을 깜빡이다 몸을 일으켰다. 그가 깰까 조심스럽게 제 허리를 감싸고 있는 그의 팔을 풀었다. 이불에서 빠져나왔다. 이불을 잘 정돈해 그의 몸에 덮어주었다. 그때 손끝에 그의 머리카락이 엉겨붙었다

어깨뼈를 가릴 정도로 긴 머리칼을 그가 지니고 있었다. 정말로 사자의 갈기같다, 고 생각하면서 츠카사는 그의 주홍빛 머리카락을 몇 번 어루만졌고 그러는 사이로 어느새 눈을 뜬 그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쩌면 좋을지 몰라서 눈을 피하려는데 그가 손을 뻗어와, 츠카사는 거부할 수 없었다. 순순히 제 뺨을 내어주자 그가 웃는다

다정하게 휘어지는 눈동자로 자신을 보며 웃는다.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손을 잡는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집어넣어 비비며 맞붙이며 체온을 나누고 싶어 살갗을 비벼댄다. 끌어당겨 품에 껴안더니 손목에 입을 맞춘다. 그가 웃는다. 츠카사는 그를 올려다보다가 문득,

 

당신,

 

하고 말한다. 그가 자신의 입술을 주시해온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었다. 습기를 머금고 떠돌던 공기들 마저 츠카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위해 잠잠히 멎어있었다. 고요한 공간, 정지해버린 틈사이로

 

당신,

 

하고 츠카사의 목소리가 한 줄기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그가 웃는다.

 

이름이 뭐에요?

 

묻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다. 말이 길었나, 싶어 츠카사는 다시 말한다. 이름. , , 하고. 그의 가슴에 이름을 쓴다. 한자로 쓸까 하다가 못알아들을지도 모르니 히나로 간단히 썼다. 그는

 

-, 라고 말한다.

 

 

발음이 끊긴다. 분명 한 단어로 기록될 이름인데도 불구하고 하나의 음절인데도 불구하고, 음절 사이사이의 주파수가 엉키고 끊겼다 황급히 덜붙는 듯 꺼끌한 목소리였다. 오랜 시간 말을 하지 않아 침묵에 잠식되어있던 목소리를 힘껏 끌어올린 그의 목소리, 마치 썩고 낡아빠진 동앗줄을 간신히 우물 속에서 길어내는 듯한 그 목소리. 침묵에 길들여져 제몸에 태생적으로 새겨져있던 발화을 잊은 목소리,

 

 

레오?

 

 

그는 웃는다. 레오, 하고. 레오. 하고 그의 귓가에 속삭인다. 츠카사는

 

,

 

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츠카사,

 

에요. 말한다. 그가 츠카사. 하고 손을 뻗는다. 가슴을 향한 손길에 흠칫, 놀라 몸을 빼려는데 그의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한자, 한자,

삐둘삐뚤한 어린아이같은 손짓으로 츠, , 사 하고 써내려간다. 고사리만한 손에 무리하게 커다란 크레파스를 두세개 쥐어내 무지개를 그리려다 망가진 어린아이처럼. 망가져버린 그림처럼 선들이 어설프게 그려진 글자.

 

츠카사, 하고 츠카사, 하고, 츠카사, 하고, 츠카사, 하고 그가 거듭 제 이름을 부른다. 몸을 껴안는다. 온기와 온기가 거듭 맞붙는다. 그가 츠카사, 츠카사, 하고 말했다.

 


 

최초로 교미없는 밤이 이어졌다. 사흘의 시간동안 두 사람은 가만히 껴안고 잠을 잤다. 눈을 뜨면 레오가 따라 눈을 떴다. 츠카사, 하고 하루종일 질릴만큼 제 이름을 속삭여왔다. 츠카사, 츠카사, 마치 들숨과 날숨을 뱉는 일이 당연한 듯 숨쉬는 것처럼 제 이름을 불러와 츠카사는 문뜩, 귀에 열이 오르고, 부끄러워 그를 향해 등을 돌린 채 누웠다

그러면 그의 손이 더듬거리면서 제 허리를 껴안고 등에 고개를 비비며 츠카사, 츠카사, 하고 또 불러오는 바람에 츠카사는 입술을 꾹 깨문 채로 자는 척을 했다. 자는 척을 하고 있으면 그가 조심스럽게 입술을 핥아왔다. 입술을 핥고 조심스럽게 쪽, , 입을 맞추곤 자신을 품에 가두듯 잠에 들었다. 그렇게 사흘째의 아침이 되었다.

 

 

늘쌍 기절하면서 맞이했던 날이기에 이렇게 깨어서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건 처음이라고 생각하며 츠카사는 옷 매무새를 바로 잡는데, 손목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가 자신을 붙들고 있었다. 츠카사는 아팟, 하고 비명을 지르고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의 힘을 빼지 않고 거듭 자신을 품에 넣기 위해 몸부림쳤다. , 놓아주세요, 하고 말해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귀머거리라도 된 듯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츠카사의 목소리를 무시한다.

 

 

그때, 문이 열렸다. 텐쇼인 에이치가 들어왔고, 세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의외라는 얼굴로 텐쇼인 에이치는 츠카사를 바라본다.

 

깨어있었구나,

 

라고 묻자,

 

, 하고 츠카사는 레오에게서 몸을 빼기 위해 힘을 쓴다. 제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는 텐쇼인 에이치의 옆이자, 안주인의 자리였기때문에, 몸을 일으키려는데, 레오가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 목덜미에 이를 박아댄다

츠카사는 비명을 내지르려는 걸 억지로 목과 입술에 힘을 주어 참았다. 목울음이 응, , 거리며 입구가 막힌 동굴에서 울려펴지듯이 울렸지만, 레오의 잇질은 멈추지 않았다. 송곳니가 아팠다. 제 살점을 모조리 뜯고 삼키려는 듯 깨무는 그 이가 아파, 츠카사는 결국 아, 하며 비명을 내지르고,

 

 

텐쇼인 에이치는 어느샌가 곁에 다가와있다. 위험하다고 말하려는데 순간 정신이 혼미해진다. 제 몸의 모든 신경이 끊긴 것만 같다. 관절이 끊긴 목각인형처럼 널부러지는 제 몸, 마지막으로 끊기는 건 시야였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레오가 다시 사슬에 묶이고 흐리멍텅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츠카사는 레오를 향해 이름을 불러줘야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눈앞이 삽시간에 어둠으로 물들고, 제 몸을 가볍게 들어올리는 텐쇼인 에이치의 손길이 느껴졌다. 레오가 내는 짐승소리가 들린다. 사자의 울음소리가, 저런 거겠지, 생각하며 스오우 츠카사는 정신을 놓는다.

 

 


 

 

눈을 떴을 땐 역시나 깔끔하게 정돈된 제 방. 머리빗은 어느샌가 머리에서 떨어져나와 침대옆 탁상에 올려져있고, 츠카사는 새하얀 잠옷을 입고 있다. 츠카사는 눈을 끔뻑인다.

 

일어났니?

 

무슨 영문인지 텐쇼인 에이치가 제 곁을 지키고 있다. 츠카사는 아직 흐릿한 정신을 붙들며, 몽롱한 목소리로 네, 하고 말한다.

 

피로하지는 않니?

 

괜찮, 아요.

 

음성 사이 사이에 헛기침이 기어든다.

 

몸살에 걸렸더구나...미처 몰랐어. 아팠다면 그곳에 널 보내지 않았을거야.

 

하고 그가 말한다.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라고 말하는 츠카사의 손을 잡으며, 너는 내 아내잖니. 그런 걸 감춰서야 되겠어? ... 내 소중한 아내야. 라고 말한다.

 

소중한 암컷이 아니라? 라고... 불쑥 튀어나올뻔한 말을 삼키며 츠카사는 죄송하다고 말한다. 텐쇼인 에이치가 제 머리를 쓰다듬는다. 다 괜찮다, 다 괜찮다, 하면서. 이토록 상냥하고 부드러운데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이질적인 것은 무슨 영문일까. 너무도 낯설고 낯설어 츠카사는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고개를 숙인 채로 손길을 받다,

 

,

 

하고 목소리를 뱉는다.

 

?

 

궁금한 게 있어요, 여쭤봐도 될까요...?

 

그래. 무엇이든.

 

, 그 사람은 누구에요?

 

흥미가 생긴거니? 짐승에게?

 

츠카사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입꼬리 부분을 슬쩍 깨물며 쓴 웃음을 작위적으로 지어보였을 뿐이다. 뺨 안쪽을 조금 더 깨무는 편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는 짐승이야. 텐쇼인 가문의 재산이고 소유물이야. 갈 곳 없어진 희귀품종인 그를 우리가 사들였단다. ? 이정도면 되었을까?

 

, 그 사람의 아이가,

 

아니, 내 아이지. 츠카사. 네가 낳을 거니까. 나의 아내인 네가.

 

그 아이여야 하나요?

 

.

 

왜죠?

 

왜냐니.

 

너무도 당연한 상식을 묻는 듯하다는 모습으로, 의아하다는 듯이 텐쇼인 에이치는 말하고,

 

희귀종이잖아?

 

하고 웃는다. 츠카사는 고개를 숙인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희귀종이면, 희귀품종이면, 프리미엄이면........

 

 

프리미엄만이 그에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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