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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plikə , [레플리카]
1. 복제 2. 모형 3. 모조품 4. 레플리카 5. 복원물
섹스피스톨즈 AU +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토리입니다. 아래의 내용을 유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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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키나가 레오와의 교미가 다시 시작되었다. 한 달하고도 열흘이 더 지난 시점에서였다. 너무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실감이 와닿지 않은 살갗 위로 스오우 츠카사는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인 기모노를 입기 시작한다.
처음엔 어색했던 여성용 오비를 두르는 일에도 익숙해져서 어디서 자락을 교차시켜야 좋을지, 끈매듭은 어떻게 둘러 묶어야 뒤에서 보았을 때 오비가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교자처럼 풍성하게 부풀어보이는지, 남은 끈을 어떻게 집어넣어야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은 채 정돈되는지도 속속들이 다 알게 되었다.
스오우 츠카사는 거울에 제 모습을 비춰보며 몸을 단장한다. 물색을 바탕으로 두고 가장자리에 다다를수록 연하디 연한 꽃잎이 그려진 천으로 만들어진 기모노는 허리에 두른 샛붉은 오비를 더욱 강렬하게 만들어주었다. 덧붙여 스오우 츠카사, 저 자신의 붉은 머리칼도.
정수리 부근에서 머리 한가닥이 자꾸만 하늘로 삐죽 솟는 바람에 스오우 츠카사는 곤란했다. 빗질을 거듭해도 차분해지기는커녕 되려 정전기를 일으키며 몸을 세웠기에 그는 정돈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노크소리가 들렸다. 똑, 똑, 하고 느긋한 박자로 울리는 노크소리였다. 필시 텐쇼인 에이치일테다. 네, 하고 서둘러 대답하는 그가 문을 열어 젖히자 역시나 텐쇼인 에이치, 그가 서 있었다. 방으로 들어오지 않고 문앞에 선 그가 스오우 츠카사를 위 아래로 훑어본다. 꼼꼼히 살펴본다. 그 어디 흠은 없는지, 모난 곳은 없는지, 하다못해 햇빛 아래서 반짝이는 부스러기를 보석으로 착각해 장식해버린 건 아닌지, 츠카사를 꼼꼼하게 바라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곱구나.
그리고 이어지는 손길, 그의 가느다랗고 여린 손가락 아래서 머리카락이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잘 세공된 산호초를 보석처럼 박아넣은 머리빗은 겨울 추위에도 쉬이 무너지지 않고 입술을 여는 동백꽃 모양으로 생겼다. 산호초로 만들어진 단단한 꽃잎을 지니고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눈송이 같은 진주들이 오밀조밀하게 꽃과 꽃 사이, 잎과 잎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붉은 머리빗은 붉은 오비와도, 그리고 스오우 츠카사의 머리칼과도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마치 그의 머리로부터 꽃이 피어오른 듯 보인다.
잘 어울려. 예쁘구나, 츠카사.
곱다는 말에 심장이 설레였고, 끝끝내 예쁘다고 읊는 그의 목소리에 얼굴이 새빨개지고야 말았다. 부끄러웠다. 그러니까, 그의 칭찬에 부끄러웠고, 엄연히 스오우 가의 남자인 자신이 예쁘다는 말에 얼굴을 붉혔다는 사실에, 설레였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스오우 츠카사는 그저 감사합니다, 하고 간신히 말을 뱉어낼 뿐이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인 채.
시간이 다 되었구나.
네,
모처럼이고 하니, 나도 같이 갈까?
그의 제안에 스오우 츠카사의 눈동자가 당혹감으로 크게 부풀었다. 레오와의 첫 만남 때 이후로 그가 자신을 바래다 준 일은 없었다. 아무리 그가 원했던 일이래도 자신은 제 아내. 아무리 강심장을 지니고 동화에 나오던 파란수염백작처럼 냉철한 심성을 가졌더라도, 제 아내가 외간 놈과 정사를 벌이러가는 일을 곱게 보내줄 수 있는 이는 없을 터였다. 있다 쳐도 그 얼마나 희박한 가능성인가.
스오우 츠카사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 혼자서 갈 수 있어요. 괜찮습니다. 텐쇼인 에이치는 그렇니? 하더니 몇 분도 치나지 않아 그래, 라며 수긍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럼, 부디. 잘 다녀오렴. 그가 스오우 츠카사의 뺨을 어루만진다. 그의 손가락이 스오우 츠카사의 뺨을 더듬는다. 닿는다. 쓸어내린다. 실로 가볍게. 무게감 없이.
어두운 복도는 여전히 습기를 머금고 있어 묵직하게 스오우 츠카사의 몸을 눌러왔다. 안개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그는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긴다. 어둑어둑한 곳에서도 그의 머리빗은 빛난다. 진주가 하얀 별처럼, 그 어두운 복도 한 가운데에서도 일등성처럼 빛을 산란한다.
지금 스오우 츠카사는 문 앞에 서 있다. 너무도 오랜만에 만나는 이였다. 얼굴을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자기 이름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까, 그동안 제가 오지 않아 그는 쭉 혼자였을까,
그는, 외롭지 않았을까,
문을 열기 위해 손을 뻗는다. 문틀에 손톱이 닿는 순간 저릿한 아픔이 심장을 뚫고 지나갔다. 무슨 영문일까, 갑자기 두근거리던 심장이 큰 소리로 뛰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심장이 너무도 크게 뛰는 바람에 배까지도 진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쿵, 쿵, 하고 울리는 제 가장 중심에 있을 부드러운 살점이 우는 소리에 온 몸이 떨리고 흔들렸다. 배가, 배가 따뜻하게 달아올랐다. 손끝도 서서히 따뜻하게 달아올랐다.
이게 무슨, 영문이지, 스오우 츠카사는 양손으로 뺨을 감싼다. 얼굴이 뜨거웠다. 뭐, 뭐지, 긴장을 한 모양인걸까, 아니면 다시금 두려움에 떨기 시작한 일일까, 그 무엇도 감을 잡지 못하며 그가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때,
나무가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문이 열리는 소리였고, 공기가 트이는 소리였으며, 동시에 어떤 한 짐승이 다물렸던 입을 열어 송곳니를 내보이는 순간의 소리였다. 문 안쪽으로부터 풍겨나오는 공기가 습기를 뒤흔든다. 공기의 얄팍한 진동, 진동이 빚어내는 바람, 그 흐름이 제 뺨을 쓰다듬는 감촉에 스오우 츠카사가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문 너머를 채 들여다보기도 전에 문속으로 끌려들어간다.
날카롭게 세워진 손톱이 손목을 단단히 옭아매고, 성난 송곳니가 목덜미를 물어뜯기 시작한다. 제 살점이라도 뜯어 뼈까지 씹어먹겠다는 기세로 제 목을 물어뜯어, 스오우 츠카사는 헐떡거리며 몸을 뒤틀었다. 숨이 쉬이 쉬어지지가 않았다. 단단한 이로 제 목을 조르는 그가 보인다.
레, 레…… 오,
하고 이름을 부르려는데, 목소리에 너무도 많은 고통이 박힌 탓에 이름은 제대로 불리지 못한 채 너덜너덜해진다. 그의 귓가에 미처 닿지 못한 채 산산조각 난 몰골로 널브러진다.
그가 송곳니를 들어 제 목을, 어깨를, 가슴을, 손목을, 팔뚝을 물어뜯고 씹기 시작해 스오우 츠카사는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긁는다. 손톱을 세워 등을 할퀴며 비명을 지른다. 그 날선 목소리가 그의 흥분을 가중시킨 모양이다. 제 다리 사이를 막힘없이 벌려내며 그 틈으로 제 몸을 끼운 그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밀고 들어왔다. 스오우 츠카사는 비명을 지른다. 그의 비명이 허공을 가른다. 갈기갈기 찢는다. 날카롭게 산산조각,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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