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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plikə , [레플리카]
1. 복제 2. 모형 3. 모조품 4. 레플리카 5. 복원물
섹스피스톨즈 AU +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토리입니다. 아래의 내용을 유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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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가 공갈젖꼭지를 찾아 제 입에 무는 일이 당연하듯 그는 잠들어 있는 스오우 츠카사의 입술을 찾아서 제 입술을 붙인다. 연한 틈새를 보이고 있는 새근거리는 숨소리를 자아내는 입술을 연신 제 혀로 핥고 쪽쪽거리며 잠든 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꼬리엔 말라붙은 눈물자국이 성했다.
닫혀있는 눈꺼풀, 방으로 스며드는 얼마 안 되는 잔광에도 빛이 서리는 보랏빛 눈동자를 덮고 있는 눈두덩은 새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눈물로 익어버린 붉은 눈두덩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며 그는 잠들어있는 몸을 껴안는다. 제 품으로 품어낸다.
목덜미에 얼굴을 부비다 입술을 지긋하니 누르고 이를 드러내 자근자근히 물었다.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히, 또 세심하게. 여린 살갗은 말하자면 고급 가죽이나 마찬가지기에 작은 자극에도 쉽사리 흠집이 나버릴 수가 있다. 흠집이 나버린 가죽은 쓸모가 없어져버린다.
그렇지만, 그는 스오우 츠카사가 쓸모가 없어질 것을 사려해 부드럽게 잇자국을 내는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그렇다. 잠든 얼굴을 보는 것이 좋았다. 잠이 들어있으면 언제나 제 곁에 붙어있다. 제가 뺨을 핥아도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비벼대도, 손가락과 손가락을 매듭지어도 평온한 얼굴로 저와 온기를 공유해준다. 그렇기에 상처나지 않도록,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히 또 조심히 그 마른 목에 제 이를 대고 단순히 부딪껴볼 뿐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목덜미에는 제가 박아댄 송곳니의 흔적이 선연하게 새겨져 있었다. 언제 이렇게 제 이빨을 살점에 박아넣었던 걸까, 얼마나 물어뜯고, 뜯고 또 뜯어서 상처를 남겨버린 걸까. 하얀 살갗을 마치 바탕천삼아 테두리에 붉은 반달을 한 땀 한 땀 공들여 박음질한 자수처럼 츠카사의 몸에는 제가 기워놓은 붉은 실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제 이가 기운 붉은 자수, 그 상처 위로 숨결을 불어넣어 달래듯 레오는 조심스레 상흔이 제법 심한 츠카사의 왼쪽 어깨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 숨을 뱉어본다. 따뜻한 숨이 주르륵 흘러내려간다. 숨을 이루고 있던 아주 작고 엷은 훈기에 스오우 츠카사가 눈을 뜬다. 아직 잠을 놓지 못한 그의 눈은 힘없이 흔들거린다. 아주 좁은 틈으로만 눈동자를 내어놓은 그는 제 위에서 저를 껴안고 돌보는 이의 얼굴을 무심히 들여다보다, 눈을 끔뻑인다. 초점도 흐려놓은 채 흔들리는 호수, 그 물비늘의 균집 위로 제 모습을 비쳐보며 외형을 흔들어대는 둥그런 달처럼 물기어린 눈동자가 흔들렸다.
레오는 눈을 뜬 츠카사가 반가워서, 마주하게 된 보랏빛 눈동자가 그리웠기에, 그의 등에 손을 두르고 제 품으로 가두어 가슴과 가슴을 붙여서 체온을 합치고 싶었지만,
“츠카사……,”
“아, 으읏……”
제 이름을 불러오는 그 목소리에 스오우 츠카사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입을 벌렸지만 제대로 된 말이 나오지 못했다. 목이 뻑뻑했다.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제게로 뻗어오는 그의 손을 피해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뒤로 물러나 몸을 웅크리고 싶었다. 제 몸을 동그랗게 말고 두 번 다시는 제 속으로 침범하지 못하도록, 제 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동그랗게 말고 굴리는 콩벌레처럼. 딱딱한 등뼈라면 자신을 보호해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뭉쳐진 실밥처럼 제 팔과 다리를 뭉쳤다. 손으로 귀를 가리고 소리를,
“츠카사……”
숨이 끊기듯 맥없이 가늘어지는 저 음성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귀를 막았다. 귀를 막아도 세상은 잠잠해지지 않았다. 제 들썩이는 숨으로 인해 고요는 방문은 커녕, 제 마음의 문턱에 발도 디디지 못한 상태였다. 울음이 끓었다.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면 배가 거세게 꿀렁였고 그때마다 허벅지 사이가 미지근하게 젖어들어갔다.
저를 부르던 목소리가 점점 더 가늘어지고 작아져 더 이상 부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여겨졌을 때, 제 머리를 만져오는 그의 손바닥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손은 제 머리칼을 부드럽게 타고 흘러내려가 또 제 목덜미를 쥘 것이다. 쥐고서, 쥔다면? 제 목을 그가 쥔다면……
손길에서 벗어나기 위해 츠카사는 바닥을 기었다. 바닥에 세차게 끌린 무릎이 쓰렸다. 살갗이 벌겋게 일어나고 있었다. 레오는 당황하며 그 뒤를 쫓았지만, 츠카사는 구석에 움츠리고 앉아 벌겋게 달아오른 무릎을 제 눈물로 식히려는 양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울고 있으니까 달려가서 뺨을 핥아주어야 한다고... ....,
레오는 움직이지 않았다. 막연히 바라보다가 흔들리던 어깨가 잠잠해지고 울음소리가 잦아들었을 무렵 다시 용기를 내어 츠카사를 향해 다가가려고 했지만, 기척을 눈치챈 츠카사가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양 뺨이 눈물에 젖어 번들번들거리고, 안 그래도 붉게 물들어있던 눈두덩이 더욱이 진하게 물들어있어 그 아래에 매달린 보랏빛 눈동자가 애처로웠다.
“오, 오지 마……”
끝부분에 갈라지는 목소리로 제발, 이라는 단어가 맥없이 덧붙여졌다. 호소와도 가까운 그 자그마한 목소리, 차마 허공에 스미지도 못한 채 증발해버리는 가냘픈 음성에 레오는 츠카사를 향해 움직이지 않았다.
츠카사는 머리로 밤을 셈쳐본다. 제 기억이 맞다면 오늘이 사흘째, 그렇다면 곧 방문이 열릴 것이다. 이곳에서 자신은 빠져나갈 수 있다. 일주일 뒤에 다시 끌려온다해도 상관없었다, 단지 지금은 어서 빨리 이 지옥같은 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니까, 정말로 저 수컷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여기에 있다간 자신도 미쳐버린다. 제정신이 아니게 될 것만 같아, 자기 자신을 단단히 붙들고, 보호하듯이 츠카사는 무릎에 제 고개를 처박은 채로 소리죽여 울음을 터트렸다. 레오는 츠카사와 적당한 거리를 둔 채로 마치 공전하는 위성처럼 주변을 겉돌았다.
“츠카, 사,”
레오는 목소리를 뱉어본다. 단지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그는 겨우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츠카사는 문을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간다.
“여, 열어줘! 빨리! 나가게 해주세요!”
문이 세차게 흔들린다. 마치 뚫어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저 단단한 문을 고작 작은 주먹 하나로. 손이 빨갛게 부어오르는데도 아랑곳않는 츠카사는 쉼없이 문을 두드리고 내리치고 망치질하고, 레오는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거리를 유지한 채로 츠카사를,
“츠카사,”
하고,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이 실로 작고 고요한 목소리로 부르고 있다. 반점처럼 푸른 멍들이 울긋불긋하게 피어있는 가는 등을 바라보며. 그러나 그런 그의 목소리는 너무 작고 가냘파서 끝내 그 작은 등을 한번 쓰다듬어 보지도 못하고 허공에서 희미하게 사라져버렸다. 허공을 잠식하고 억누르는 소리는 오직 츠카사의 목소리,
“살려줘……”
문을 두드리며 열어달라던 목소리는 어느샌가 살려줘로 변해있었다. 두 목소리의 결합, 레오는 한 번 더 츠카사의 이름을 입에 올렸고, 츠카사는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리며 쿵, 소리에 맞춰 소리를 질렀다. 소리가 겹물린다. 동시에 두 개의 음성을 누르는 묵직한 소리가 울리며 굳게 닫혀있던 문이 서서히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간 가둬둔 공기들을 방목시키기 위해서. 그 안에서 울고 있던 소리들을 헤집기 위해서. 해치기 위해.
레오는 저 소리를 참으로 싫어했다. 무거운 돌과 돌이 매섭게 서로를 상처주기 위해 부딪치며 온몸으로 날을 세워 긋는 저 소리가 들리면 언제나 츠카사를 밖으로 빼앗겨 버렸기에. 오늘도 그러리라. 레오는 손을 뻗어 츠카사의 팔을 쥐어보려 했지만,
“츠카사?”
문 이편에서 건너온 손이 더 빨랐다. 손의 주인은 역시나 텐쇼인 에이치였고, 그는 걱정이 한껏 차오른 낯으로 츠카사의 이름을 불러왔다. 괜찮니? 하는 물음에 츠카사는 대답 대신 그의 소매를 붙들었다. 그는 소매를 붙들어오는 츠카사의 손가락들이 실로 애처롭고 끈덕지게 들러붙어오고 있다 생각했다. 평소와 사뭇 다른 그 모습에 호기가 들었지만, 그는 조용히 호기의 숨을 조여 죽이며 걱정스런 얼굴 뒤편으로 묻어두었다.
“괜찮니? 츠카사?”
제게 매달리는 츠카사의 악력이 몹시나 강했다. 에이치는 거리낌없이 제 겉옷을 벗어 츠카사의 몸에 둘러주며 손을 어루만졌다. 제게 씌어진 에이치의 옷 속으로, 그 얇고 가냘픈 천 하나에 제 온 몸을 맡기며 츠카사는 머리 끝까지 덮어쓴다. 하얀 기모노를 쥐고 있는 손은 가을 석류처럼 붉은 색을 겹칠한 채로 퉁퉁 부어 있었다.
“츠카사……”
허망한 목소리가 허공에서 허무하게 바스라졌다. 수컷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한 채로 그저 텐쇼인의 하얀 천에 둘러쌓여 문 밖으로 사라지는 츠카사의 뒷모습만을 눈에 담고 있었다. 자격이란 없었다. 몹시도 허무하게, 오늘 역시도 스오우 츠카사는 문밖으로 사라졌고, 수컷은 홀로 버려지고 만 것이다. 문이 닫히고 사위가 다시 어두워졌다. 방금 전까지도 흐릿하게 남아있던 잔광들이 모조리 사그라들고 사멸해버린 방안은 어두컴컴하기 그지 없다.
그는 어두운 방안에서 몸을 웅크린다. 상실감을 느낄 새도 잠시, 다시 손목 위로 차가운 수갑이 채워지고 언제나처럼 잠으로 빠져든다. 제게로 스며드는 이질적인 수액을 받아들이며, 그는 제 손목 위에 붉은 점 하나를 남긴 채로 빠져나가는 주사바늘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이 점은 마치 잘못 심어놓은 자수만 같았다. 끝매듭을 잘못 짓는 바람에 겉으로 튀어나와버린 실밥.
제 잇자국으로 수놓아졌던 츠카사의 뒷덜미를 생각하며 레오는 눈을 감았다. 수마가 자신을 덮쳐오고 있었다.
텐쇼인 에이치는 지금 잠든 츠카사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다. 전등불 하나 켜놓지 않은 방은 잔존하는 빛이 없어 어두웠다. 유리창 너머로 스며드는 정원을 비추고 있을 전등불만이 전부로 그 역시도 이 방을 밝히기엔 턱없이 약해 방은 어둡다. 그의 얼굴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땀에 절어 이마에 들붙어있는 붉은 머리칼을 치워내며 붉게 달아오른 이마를 손으로 짚어내는 그가 방금 전 제 앞에서 펼쳐지던 풍경을 상기하기 시작했다.
열린 문 앞의 상황은 놀라웠다. 방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생하게 제 눈앞에 그려질 듯이 살아있는 장면이었다. 그 공기의 밀도, 제 코를 웃찌르는 악취와도 가까운 냄새, 어디라고 할 곳도 없이 젖어 있는 츠카사를 보는 순간 텐쇼인 에이치는 안심했다. 아, 다행이다. 오늘도 저 짐승의 마음에 들었구나, 나의 츠카사.
당연히 마음에 들지 않을 리가 없었지만, 이번만큼은 걱정이 되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유라면, 이성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그 짐승의 반응을 좀처럼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저 평소 투약하고 있던 약물을 조금-아마도- 늘려보았을 뿐인데 그의 변화는 가히 놀라웠다. 애초에 이성따윈 배제하고 태어난 그야말로 먹고 자는 일이 제 전부인 들짐승처럼 본능에만 충실해진 그를 보며 진작에 이렇게 투약을 늘려 츠카사와 교접을 시켜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랬다간 기껏 손에 얻은 그릇이 부셔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지나치게 혹사시키기엔 츠카사의 몸이 몹시도 나약했다. 물론 그렇기에 택한 이유도 있지만, 깨져버리면 곤란하다. 무사히 담아내야 한다. 망가지는 건 그 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부디 그때까지만 버텨내길, 제 아이를 낳은 후에는 얼마든지 망가져도 좋다. 그전까지는 얼마든지 다정히 보살펴 줄테니, 제 손길을 받으며 무사히 그 짐승의 새끼를 배어주렴. 츠카사. 그때까지 자신은 그저 눈물을 닦아주고 울음기가 배인 그의 목소리를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텐쇼인 에이치는 붉게 달아오른 이마에 조심스레 입을 맞추어본다. 입술 끝에 찝찌름하게 짠맛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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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넣으니 뭔가 예쁘드라구요... 그래서 넣어보았습니다... 살짝 ... 바꾼 기념삼아서... (눈치채주신 분이 계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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