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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5일 ' 어나더 스테이지 ' C 22 : 에 나올
무중력 소년 츠키나가 레오와 평범한 소년 스오우 츠카사의 이야기.
츠키나가 레오 X 스오우 츠카사 / 레오츠카 소설본 : 무중력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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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ple 2 : http://aliceinoutland.tistory.com/39
1.
멀지 않은 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른쪽.
“Leader!"
그는 단풍을 다시 잡아 손에 넣었다. 손바닥에 무사히 착지한 단풍잎을 보다 고개를 돌린다. 그 곳에 단풍만큼이나 선연한 붉은 빛을 자랑하는 머리칼의 소년이 서 있었다. 스오우 츠카사(朱櫻 司), 그를 소년이라고 부르는 게 옳은 일일까, 그는 아직 앳된 기가 뺨 곳곳에 남아있어, 자라오면서 천성처럼 익혀왔을 어른스러운 분위기들이 그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오! 스오!”
그는 소년을 향해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소년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었다. 입에서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그 말들은 잔소리가 분명했다. 어쩜 저렇게 빠른 속도로 제게 잔소리를 퍼붓는데도 혀 한 번 꼬이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며 츠키나가 레오는 그에게 단풍잎을 내민다.
“자, 선물!”
“하아?”
“얼른 얼른 받아. 내 맘이 바뀌기 전에!”
품으로 밀쳐넣듯 그가 단풍잎을 소년에게 건넸다. 소년은 얼떨결에 가슴에 그 단풍잎을 품게 된다.
“에, 감사합니다……?”
“옳지, 옳지. 착한 아이네.”
그는 소년의 머리를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쓰다듬는다. 쓰다듬는다기보다는 헝클어트린다는 말에 더 가까웠다. 제 머리에 멋대로 손바닥을 부비는 그를 바라보고 있는 소년을 향해서 그가,
“그거 떨어지는데 바로 잡은 낙엽이야.”
하고 자랑스레 말한다. 낙엽이 훈장이라도 되는 양.
“네에……”
소년에겐 훈장이 아니었다. 단순한 단풍잎이였기에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심히 대답했다. 머리 한 켠으로 제가 읽던 고서에 끼워넣어 책갈피라도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였기에 대답은 성의가 없었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잖아…… 그러니까 부적? 부적?”
“실례지만 그건 벚꽃이 아니던가요?”
“그런가?”
머리를 갸웃거리는 그였다. 그렇지만 지금 이 상황에 중요한 건 사랑을 이루어지게 해준다는 부적이 단풍인지 낙엽인지가 아니였다. 하기에,
“우선은 감사합니다. 그리고 얼른 Studio로 저와 함께…… Leader!"
소년이 소매를 낚아챌 찰나도 주지 않고 그가 웃음소리와 함께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 손엔 빨간 단풍을 쥔 소년이 얼굴이 빨갛게 익을 정도로 뛰어가고 있었다. 달리기가 빨라질수록 아귀힘이 거세게 들어가는 바람에 단풍이 망가질까 그가 잠시 마음을 졸이며 손에 힘을 느슨하게 푼 사이로 단풍이 홀연히 날아가버린다.
“아……!”
작은 탄성과 함께 소년은 앞으로 미끄러지며 쓸어져버린다. 턱이 따끔따끔했다. 팔꿈치도 아팠고 무릎도 아팠다. 잔돌에 부딪힌 모양인지 정강이도 아팠다. 소년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낙엽이 날아간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 자리엔 어느새 저를 앞질러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가 멀리 도망치던 낙엽을 붙잡고 있었다. 따끔하게 쓰려오는 턱을 느끼며 소년은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손바닥도 쓸린 모양인지 엎드린 모양새로 나자빠진 몸을 일으킬 때 저도 모르게 헉, 하고 신음이 나올 정도였다. 엉망진창으로 된 소년을 향해 다가온 그가 손을 내민다. 소년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그의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웬일인지 몸을 일으키기가 수월했다.
“으……”
“턱이 완전히 까져버렸네! 아프겠다!”
“대체 이게 누구 탓이라고 생각…… 으,”
말을 할 때마다 턱은 벌려진다. 당연한 상식이다. 하기에 소년은 말을 뱉다가 입을 다물어버리고 만다. 강한 통증이 밀려와 더 이상 잔소리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앞에서 단풍을 쥔 채 마냥 웃는 그를 바라보는 수밖엔 없었다.
양호실에 가 가볍게 응급처치를 받은 소년의 턱에는 커다란 밴드가 화상자국처럼 생겨났다. 다행스럽게도 턱이 깨졌거나 이빨이 흔들린다거나 하는 큰 부상은 없었다.
“끄응……”
그래도 고통은 가시지 않았다. 소년은 끄응 끄응 하며 배탈이 난 새끼 강아지가 한밤중에 앓듯이 간간히 끙- 소리를 뱉었다.
“그래도 턱뼈가 안 부러져서 다행이다!”
그는 소년을 보며 웃는다. 소년은 미간을 찌푸린다. 그리고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이는 턱을 되도록 조금 벌리기 위해서이다-,
“웃을 일이 아니시라구요! 정말! 이렇게 Leader가 밥 먹듯이 Lesson에 오시지 않으니 제가 이토록 찾아다니는 바람에 생긴 거잖아요! 이젠 더 이상 선배들도 찾지를 않으시니까 제가 얼마나 고생을―”
잔소리를 쏟아내는데,
“아! 턱이 깨지면 밥을 먹을 때 아프려나.”
하고 시답잖은 말을 건네며 바라본다. 소년, 그러니까 스오우 츠카사는 단지 또 한번 “끄응-”소리를 내며 한 손에 든 단풍잎을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면서 웃는 그를 응시한다. 그의 손가락에서 빙그르르 돌던 단풍잎은 다시 제 손가락 사이에 쥐어졌다. 이 모든 일의 시초라고 생각하면 화가 났지만, 원인제공자라고 이름 붙이기엔 우선은 선물이였기에, 소년은 단풍잎의 다섯 손가락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용히 제 교복 포켓 속으로 넣었다.
2.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는 시간관념따윈 새까맣게 잊은 채로 잔디밭 위를 제 침상삼아 엎드려 작곡에만 몰두해있었다. 츠카사는 잔디밭 주변을 둘러싼 펜스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결국 그의 곁으로 가 조심스레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제가 온 줄도 모르고 작곡에만 전념하는 그를 향해 “Leader? Leader! L-E-A-D-E-R-!!”하고 크게 성을 내니 그제야 그는 “오~! 스오!” 하고 인사를 해보였다.
“정말로 십분 후에는 Studio로 가시는 거니깐요.”
“아아, 알겠어! 그만! 영감(Inspiration)이 날아가 버린다구!”
으름장을 놓는 자신의 말은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츠카사는 얕게 숨을 토한다.
“정말이지, 이렇게 자꾸 연습을 빼먹으시면 제가 선배들 뵐 낯도 없―”
“그래, 그래!”
그의 파란 소매에 달라붙은 잔디가 보인다. 잡풀의 이파리가 단추처럼 달려있었다. 그는 허물없이 손을 내밀어 또 스오우 츠카사의 머리칼을 휘젓는다.
“정말 어린애 취급하지 마시라니까요! Stop! Leader!”
“스오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구나! 어리광쟁이네!”
“크아앗!”
붉은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쓰다듬으며 헝클어트린다. 뼈마디가 굵지만 가는 손길이 불그스름한 염료를 넣은 조상을 빚어낸다.
“어린애취급은 그만두어 달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습니까!”
제 머리 위에 놓인 그의 손가락을 치우는 스오우 츠카사의 뺨에 불그스름해진다. 연한 사과색으로 물든 뺨을 머리카락이 쓸어내린다. 물이 끓듯 급작스레 불어온 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어온다. 바람이 제법 거세었다. 스오우 츠카사는 눈을 깜빡였고, 다시 눈을 떴을 땐
“악보가―”
하얗고 네모난 작은 새였다. 새가 하늘을 날아다닌다. 음악을 싣고서. 스오우 츠카사는 다급하게 뛰어가 새를 제 품에 가둔다. 하나, 둘, 제 앞에 보이는 새들을 다 모았기 때문에 제 뒤를 날아다닐 하얀 새를 잡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츠키나가 레오가 하늘에 떠 있었다. 그러니까, 네모난 작은 새와 함께. 그 새는 실로 약해서 조그만한 습기에도 제 몸을 축 늘어트리고 찢어낼 정도로 비약해서 하나뿐인 제 몸통같은 날개론 사람을 띄울 수 없다. 그러니까 이건―,
눈이 마주친 순간 츠키나가 레오의 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거대한 소리가 났다. 쿵, 하고. 수풀 위로 떨어졌지만 어마어마할 충격이 몸에 고통을 주었으리라. 우선 스오우 츠카사는 그에게 뛰어가,
“괜찮으신가요?!”
물었고,
“와하핫! 괜찮아! 괜찮아! 착지를 잘 못한 거 뿐이니까.”
그가 답한다. 자신은 수긍한다. 저번처럼 단지 저의 착시이며 체감하는 시간이 느려진 것뿐이라고 수긍한다. 그러나 이렇게나 갑작스럽고도 잦게 일어날 가능성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이런 경험을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3.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이제 더 이상 네가 외로울 때 갈 수 없어.
내 우주가 외로워하기 시작해서, 라고 하는 말.
츠카사는 듣는다. 내 우주가 너 때문에 외로워. 라고 말한다. 츠카사는 외롭지 않게 하면 되죠, 곁에 있으면 되는 거에요. 라고 말하는데……
▶ sample 2 : http://aliceinoutland.tistory.com/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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