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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완, 방학에서 우선 시작해서 쓰긴 했는데... 뒷ㄴㅐ용은 아마도... 다음에... 근시일내에 올라오지 않을까...

* 레오츠카인ㄷㅔ 레오 이야기만 잔뜩 나오는 이야기.



1.배경은 여름으로 설정되고 방학 무렵 시골 할아버지댁으로 피서를 왔던 도심 소녀가, 혹은 불치병에 걸려 한창 꽃봉오리를 맺어가야 할 나이에 시들며 말라 죽어버릴 일만을 성장시키는 도심 소녀가 요양을 하기 위해 내려온 시골에서, 그 시골에서 우연히 산골 소년을 만나 서로가 서로의 첫사랑이 되어주는 이야기는 차고 넘친다. 시골 정경은 성에 차지 않아 따분해하는 도심 소녀가 간식이라면 밭에 난 감자나 고구마를 캐다 생으로 씹어먹는 걸 제일로 생각하는 순박한 시골 소년을 우연히 만나는 류의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그렇게 연결되지 않는다.


배경은 여름으로 설정되고 방학 무렵 시골 할아버지댁으로 피서를 오게 된 도심 소년이 평범하다못해 식상한 풍경을 만드는 녹음이 무성한 이 곳에서 소년을 만난다. 물론, 이 소년은 도심 소년이다. 이것은 그런 이야기다.

 


2.따분했다. 그리고 따분하다. 또한 앞으로도 따분할 예정이었다. 이런 깡촌에 있는 서점이 장사가 될 리가 없었다. 인구래봤자 뒷산에 올라가 보이는 지붕 개수만을 세어보고 어림짐작으로 셈쳐보면 될 정도로 이 고리타분하고 시시한 깡촌에 서점이 있어봐야 장사가 될 터가 없다. 한 시간에 사람 하나 볼까말까 할 정도로 서점 앞은 휑휑했다. 또한 사방도 휑휑했다. 앞으로도 논, 뒤로도 논, 좌우로도 논, 논과 논과 논밖에 없는 이 곳. 들판 한 가운데 잘못 심어놓은 듯 한 버스정류장 옆에 딱달마니 달라붙은 이 서점은 책보다 기타 잡상품이 더 많았다. 서점이라는 간판이 무색했다.


할아버지 말로는 창고처럼 쓰고 있는 뒷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대한 책장과 고서의 향연이 펼쳐진다고 했지만, 소년은 한 번도 그곳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 어떠한 호기심도 들었던 일이 없다. 죽은 유물을 들여다볼 바에야 매대에 놓인 가볍고 천박한 화제들만 특집으로 다루는 잡지를 읽는 게 더 유용하단 생각을 했다. 어찌되었건 뒷 방에서 부패되어가는 시체들보다야 앞에 놓인 생물체를 보는 편이 현재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가. 그것이 설사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연체동물의 잘려나간 몸통일지라도.


역시 따라오는 게 아니었다. 일곱 살 때 이후로 리본 자르듯 연을 끊어버린 시골이었다. 여름의 그날이후로 10년만의 방문이었다. 할머니의 상태가 위독해 임종이 머지 않으니 서둘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헐레벌떡 오른 귀향길이었다. 가는 내내 초조한 기색이 완연했던 아버지는 입에서 담배를 떼어내지 못했다. 거듭 피워대고 또 피워댔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려 담배 한 갑을 더 사야할 정도로 담배를 피워댔다. 저 담배가 아버지의 입술이었나, 아버지의 입술이 담배였나 싶을 정도로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전달에 뵈었을 때만해도 정정하셨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돌아가실리 없으니 안심하라며 어머니는 그의 어깨를 손으로 다독였다. 옆자리에선 잠든 루카가 창문에 머리를 대고 있다. 차에 오르자마자 꾸벅꾸벅 졸더니 어느새 잠이 들어 있었다. 나는 잠에 들지 않는다. 귀에 꽂은 이어폰의 볼륨을 높인다. 마음에 드는 악보를 머릿속으로 복기하며 나는 너무도 빠르게 내 시선을 밀쳐내고 달려가는 색들을 무의미하게 바라본다.


엑셀을 밟고 밟아 도착한 병원에는 안으로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너무도 청명한 하늘. 새하얀 병원 건물. 그리고 반짝반짝 빛을 튕겨내는 회갈색 대리석 계단. 로비에 선 할머니는 몹시도 화사한 안색으로 반갑게 손을 흔들고 계셨다. 너무도, 너무도 건강하셨다.


소동은 통 시골에 얼굴 한 번 들이밀지 않는 우리 가족-엄연히 말하자면 츠키나가 레오, -을 보기 위해 벌린 작당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정말로 꽤 위독한 상황은 맞다고 하셨다. 할아버지가 허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앰뷸런스를 부르고 난리를 쳤다하니. 상상해보니 심각한 상황이었다. 노인 둘 밖에 없는 집, 한명은 갑자기 쓰러져 끙끙대며 일어서지 못하고 마당에선 시끄러운 앰뷸런스 소리, 구굽대원을 붙잡고 그는 의사가 아닌데 무슨 상황이냐며 진찰에 대한 회신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모습.

 


3. 그러한 연유에서 나는 지금 서점을 보고 있다. 수락하기보다야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 홀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가할 예정이었으나 할아버지의 그 작당에 또 속아넘어가고야 말았다. 말했듯이 고서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 내용물이 오선과 음표들로 이루어진 악보라면 사정이 또 다르다.

 


4. 한 번 낚인 물고기가 또 다시 낚이지 않으리란 법 없이 이미 두 번이나 낚인 물고기인 나는 세 번이나 낚여버리고 말았다. 서점에 있는 오래된 악보라곤 계산대 위 찬장에 틀어박혀있던 80년대 아이돌 가수들의 곡들이 전부였다. 카세트테이프 또한.

창고로 들어가면 분명 몇 권의 악보는 존재하리라. 그러나 앞서 말했든 나는 그곳에 들어서고 싶지가 않았다. 열어보고 싶단 욕구도 들지 않았다. 이브야 금단의 과실에 손을 뻣었다지만, 그건 과실이 썩 보기 좋고 그럴듯해 탐이 솟아올랐을 것이다. 곁에서 아무리 뱀처럼 유혹하는 이가 있어도 본래의 사물 자체가 매력이 없다면 금단의 경계를 얼쩡거리지도 않는다.

 


5. 문제는 지루함이었다. 아이폰에 저장해온 악보들도 이미 수어번은 더 살펴봤다. 플레이 리스트에 넣어놓은 곡들도 슬슬 질려간다. 새로운 노래를 넣자니 마땅히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아아, 뭔가 색다른 일이 있다면 좋을텐데……,

이래서야 집에 박혀 있을 때와 다른 점이 없다.


 

6. 한 시간 전엔 할머니 한 분이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버스표를 구매해갔다. 아침에 서점 문을 열었을 땐 왜 이제야 열었냐 타박하며 간장을 사가는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책은 여기에 놓인 게 전부인가요?”

물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온건지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책장 앞에 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가게에 방문했다. 머리부터 발까지 마른 곳이 없었다. 그는 머리색이 붉었는데 젖어 뭉친 머릿가닥 끝에 맺혀선 물방울이 꼭 새벽이슬처럼 보였다.


흐음, 뒷방에 책이 더 있다고는 들었어요.”

나는 가볍게 고갯짓으로 뒷방을 가리켰다.

그렇군요.”

그의 머리칼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바닥을 적신다. 이곳의 바닥은 형편없이 더러운 회색 콘크리트라 그의 물방울이 아무리 예쁜 호선을 가졌었다한들 보기 싫게 뭉개지며 물들고 만다.

뒷방에 들어가봐도 될까요?”

그가 어느새 계산대 앞까지 바싹 다가와 있었다. 그는 물었다. 나는 대답의 말끝을 흐리다 그의 뒤, 나로부터 대각선자리에 놓여진 수건을 가리켰다. , 그는 작게 탄성을 내뱉곤 얼굴붉혀 사과했다.


 

7.덜덜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 규칙적으로 쪼개어졌다 다시 결합되는 고요함, 소리없이 숨을 쉬고 있는 그와 문 너머로 쨍한 햇볕에 새겨질 그림자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시선을 보내는 나.

여길,”

불쑥 그의 목소리가 귓전을 두드린다.

여길 찾다가 길을 헤매어서…… 이 옆에 개울에 빠졌던 거에요……

천천히 문을 두드리듯 나긋해 절대로 초조하지 않고, 귀에 대고 속삭일 때 내 안에서 울리는 말소리에 집중하듯 낮은 목소리를 그는 갖고 있었다.


물이 차더라구요.”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는다. 말할 때 마다 작게 벌어지는 입술 안의 연한 속살을 바라본다. 그 안에 작게 지는 그림자와 음울을 본다. 입술이 닫힐 때 마다 그의 목소리가 갖게 되는 어둠을 본다.


우리 어디서 봤던가?”

보면 볼수록 낯이 익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처음보는 사람이라고 말하긴 꺼림칙했다. 그 말을 뱉는다면 혀가 깔깔할 것 같았다.

나의 말에 그는 눈을 크게 떴다. 동그란 눈이 더 크게 동그래졌다가 이어 다시 본래의 크기를 되찾는다. 그는 고개를 젓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냥 웃고만 있었다. 어느새 마른 머리카락에선 물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손가락을 들어 뒷방을 가리키며,

이제 들어갈 수 있나요? 저곳?”

하고 물어볼 따름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산대 첫 번째 서랍을 열어 열쇠를 찾는다.


 

8. 뒷방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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