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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스타

[레오츠카] 마음 짐승 (치키타 구구 AU) 2

엘리스.aliceeli 2017. 8. 25. 22:25

마음  짐승

츠키나가 레오 X 스오우 츠카사,




* 치키타 구구 AU / 설정날조 있습니다.



말똥가리의 주 식성은 썩은 고기다. 그리고 썩은 고기는 모든 숨결의 방랑 뒤에 남아버린 껍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않을 이를 위해 기다리며 제 몸에 차곡차곡 낮의 볕과 밤의 달을 가둔다는 말이 된다. 그 사이에 껍질은 허물어진다. 이전에 숨결이 들어차서 부풀리고 벽지를 바르듯 어루만지던 늑골도 몸을 비벼대던 입술부터 조각나 흐트러진다. 햇빛을 담던 눈동자가 제일 먼저 부식되는 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날이 오고가는 새 자연스레 제 안으로 스며드는 빗줄기에 부식되어가는 오랜 석회 건물처럼 썩어가는 눈동자를 가진 몸은 썩은 고기다. 말똥가리는 썩은 고기를 먹는다. 츠키나가 레오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는 썩은 고기는 먹지 않는다. 언제나 숨이 앉았다 떠난 자리에 온기가 남아있을 때에만 그 껍질을 취한다. 썩은 고기는 맛이 없다. 지금 당장 뭐라도 입에 처넣지 않으면 제가 그 껍질과 다를 바 없이 썩은 고기가 된다는 전제가 붙지 않는 한 그는 절대로 썩은 고기를 먹을 리가 없다. 썩은 고기는, 썩은 고기는 먹지 않는다. 처음 썩은 고기를 기다렸던 그날부터 한 번도 츠키나가 레오는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썩은 고기를 깊고 깊은 흙 속에 재우던 그 날부터. 축축하고 퍼석거리는 요람에.


츠키나가 레오는 저녁나절부터 이듣날 정오가 넘도록 개키지 않은 요에 누워 마당을 바라보는 중이다. 잘 마른 공기가 들러붙은 이불은 보송하고 날은 따뜻하다. 습기가 없어 쨍한 볕을 가려줄 암막이 없어 마당 가장자리 풀밭마다 아지랑이가 서름서름 피어오르고 있다. 그 땡볕 한 가운데 박혀있는 검은 못 위에 서 있는 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검은 못은 그림자다. 그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못도 함께 옮겨 간다. 못이 박혔다 빠져나간 자리는 깨끗하다. 못자국은 남아있지 않았다. 머지 않아 그렇게 될 그이처럼.


썩은 고기를 먹지 않는 츠키나가 레오는 맛이 없는 고기 또한 먹지 않는다. 맛이 없는 고기는 썩어도 맛이 없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간이 베어들지 않아 밋밋한 고기를 양념에 재워 숙성시키듯 맛이 없는 고기가 시간에 배여 성숙해지길 기다리는 것 또한 좋은 고기를 먹기 위해 적합한 선택일지도 몰랐다. 지극히 합리적. 천하일미를 먹기 위해 100년이란 값만 치르면 된다니, 생각해보면 의외로 저렴한지도 모르겠다.


저를 부르는 소리에 그이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려주었다. 무슨 일이냐는 대답을 입술을 여는 대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는 걸로 대신해왔다.

그냥,”

그이는 인상을 찌푸린다. 고개가 돌아간다. 다시 뒤통수만을 내보인다. 츠키나가 레오는 다시 한 번,

츠카사.”

그이를 부른다. 그이는 돌아보지 않는다. 바닥에 묵묵히 제 그림자로 만들어진 못들을 거듭 박았다 뽑아내며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츠카사.”

천을 짜기 위해 바지런히 위 아래로 흔들리는 베틀처럼 움직이는 손가락이 주름진 천을 펼쳐 널고 있다. 백색의 천은 군데군데 누런 물이 들어 있었다. 마치 치자꽃이라도 문질렀다 떼어낸 듯 희미한 노랑이었다. 꽃잎이 한 번 눌렸다 떠나간 듯. 손가락이 움직이고 바닥의 그림자도 움직이고 그이도 움직인다. 츠키나가 레오만이 움직임없이 한 팔로 제 고개를 받쳐 누운 채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열려있던 문의 가장자리에 걸쳐있던 그이가 무대 뒤로 퇴장하는 배우처럼 모습을 감췄을 때 마당은 허전했고 허전했다. 텅 비어있었다. 잡풀들이 바닥에 무성했지만 마당은 변변찮은 나무 하나 없어 허전하다.


츠카사

하고 건너 편 산을 향해 외치듯 그를 부르면,

그만 좀 부르세요!”

허공에서 튕기면서 자꾸만 번지고 퍼지는 바람에 본래의 소리를 잃어버린 메아리처럼 대답이 들려온다.

심심해

잡풀 위에 걸린 아지랑이들을 바라보며 그는 그이를 기다린다. 마당은 여전히 허전하고 츠카사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

 

백 년은 무척이나 긴 시간이었다. 음식 하나를 먹자고 기다리기엔 너무도 긴 시간이었다. 밭을 갈구는 인간들의 평균 수명을 훨씬 웃도는 그 세월이란 도무지 자라지 않는 씨앗의 발아를 기다리듯이 지루할 뿐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생각 외로 씨앗이 자라나기를 기다리는 일은 흥미로웠다. 소리도 없이 흙 위로 제 녹음을 드러내는 씨앗의 껍질을 바라보는 일, 서서히 탈피하기 시작한 벌레처럼 자라나는 풀을 바라보는 일이란 생각 외로 즐거웠다. 자신에게는 없는 도무지 흘러가지 않는 시간이라는 게 씨앗에게는 있었다. 씨앗을 중심으로 시간은 서서히 흘러간다.


백 년이란 시간의 십분의 일 가량이 지나갔다. 작은 공처럼 몸을 말고 자던 인간은 이제 큰 공으로 변해버렸다. 나이라는 걸 먹어 키가 자랐고 손가락이 길어졌고 발이 자랐다. 자라나면 언제나처럼 짧게 다듬어주는 머리카락만이 여전했다. 밥그릇이 커졌고 그만큼 먹는 양이 늘었다. 자신의 고기는 그렇게 성숙해지고 있었다.


앞으로 더 자라나는 것일까? 그에게는 늙는다는 말은 없다. 그렇기에 그는 츠카사의 늙음 조차도 자라남으로 인식할 것이다. 자신의 고기였기 때문에. 다른 늙어빠져 질긴 거죽만 뼈대에 천막처럼 걸쳐놓은 노인과는 다르다.


저는 뚫어져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낀 츠카사는 등을 돌려 고개를 내보인다. 눈으로만 용무를 묻는다. 입술은 야물딱지게 다물어져있다.

외출을 좀 할까 싶어서.”

밤이요, 낮이요?”

츠카사는 어느 쪽이 좋아~?”

밤이든 낮이든 딱히 저랑은 상관이 없잖아요. ‘당신이 외출하시는 거니까.”

밤은 요괴들의 세계로 낮은 인간들이 세계로.

매정하게 굴지 말고 골라봐, ?”

츠카사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설사 낮의 외출이라 할지라도, 츠카나가 레오와 함께 밖을 나가는 일은 그만두었다.


낮이라면 낮대로, 밤이라면 밤대로 그에게는 그만의 유흥거리가 있을 터였다. 그 재미에 따라 스스로가 선택하면 될 일인테도 불구하고 저에게 선택하라는 그의 의중을 알 수가 없었다. 츠카사는 낮의 세계 밖엔 알고 있지 못하다. 설사 밤을 선택한다 해도 그는 그것이 이라서가 아니라 그저 이 아니기에 선택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아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설사 들여다볼 수 없을지라도.

입에 담을 정도는 되었다.


멋대로 하세요. 하지만 오랜만에 제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신다면 기꺼이 받아들일게요.”

그럼 낮에 나가는 게 좋겠네~”

당분간 필요한 물건은 없다. 저번에 사온 곡기들도 아직 양이 넉넉했고, 취미삼아 읽으라며 건네주었던 화첩도 두어개 남아있어 딱히 낮의 시간을 소비할 필요는 없었다. 필요한 물건이 없기에 필요가 없었다.

밤에 나가시는 게 더 낫지 않나요? 지금 필요한 물건은 딱히 없어서 사다주실 필요는 없어요.”


무릎 위에 가지런히 개켜놓았던 옷가지를 다다미 위에 내려놓으며 츠카사가 말했다. 소매 아래로 손목의 형태가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손목뼈가 볼록하게 솟아올라있다. 손가락 끝을 향해 물길을 튼 푸른 혈관이 투명하게 비치는 손등을 그는 갖고 있었다. 손목이 드러나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츠키나가 레오는,

네 심부름을 해준다고는 말 안했는데 말이지.”


라고 말한다. 츠카사는 눈살을 찌푸린다. 그가 자신의 심부름과 필요를 위해 외출을 한다고 단정지어버린 자신도 우스웠지만, 저를 놀리는 그의 태도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럼 알아서 하시던가요, 라는 말을 뱉은 츠카사가 바닥의 옷가지를 방구석 농에 넣기 위해 자리에서 막 일어서려던 참이었다. 손목을 움켜쥐는 아귀에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였다. 옥죄어오는 힘도 힘이었지만, 갑작스레 덥쳐온 사자에 목이 물려 서늘한 이빨을 그의 앞니 사이에 끼운 채 숨을 고르게 내뱉는 짐승이 된 기분이었다.


너 좀 자란 거 같지 않아?”

그러니까, 손목이 드러나 버린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당연히 그렇겠죠. 당신과 다르게 전 나이를 먹어가고 있으니까.”


재작년에 가져다준 옷이었다. 옷을 산다거나 신발을 산다거나, ‘새로운 것을 구비하는 일이 낯설고 서툴기만 했던 그였기에 언제나 그가 가져온 모든 게 츠카사와 겉돌았다. 발가락 사이에 수포들이 포도알처럼 맺힐 정도로 큰 나막신이나 손등을 훤히 덮고도 남을 정도로 소매가 넉넉하다 못해 어깨선이 비뚤어져 흘러내리는 기모노라든가, 생전 쓸 일이 없을 우치카게(打掛, うちかけ)를 보기 예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오질않나.


츠카사는 손목을 비틀어 그의 손가락을 떨쳐낸다. 구석에 자리한 농의 문을 열어 옷가지를 차곡 차곡 포개어 놓는다. 쌓아두는 옷의 탑 옆으론 유일하게 제 몸에 딱 맞았던, 눈이 내리던 설산에서 츠키나가 레오가 저를 주워올 때 입고 있던 하오리 등이 있었다. 그 위로 옷들이 무너져 내리지 않게끔 다시 꼼꼼히 옷들을 정돈한 뒤에 농의 문을 닫을 때였다.


이번엔 같이 나갈까?”


츠키나가 레오가 말해왔다. 츠카사는 한숨으로 대답한다. 그것을 승낙의 표시로 받아들인 츠키나가 레오는 멋대로 내일 아침 눈을 제가 눈을 뜨는 내로 출발하자고 약속을 정해버린다. 내일은 마당에 널어놓은 이불가지들을 다림질해 장에 넣을 계획이었다. 당분간 쓸 일이 없을 홀겹의 천이나 다름없는 여름용 이불이었기에 곧 추워질 지금의 시기에는 맞지 않는 천이었다. 그런 일은 하루쯤 미룬다고 죽지 않는다며 츠키나가 레오는 웃는다. 츠카사는 방이 어두워 좌등에 불을 올려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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