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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éplikə , [레플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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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피스톨즈 AU + 오메가버스 세계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토리입니다. 아래의 내용을 유의해주세요. 


* 다소 난폭하고 격렬한 소재 및 표현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이점 유의해주세요.  불쾌하신 분은 뒤로가기 버튼을 클릭해주시기 바랍니다.


    trigger warning

트리거 워닝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난폭하고 유해한 요소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주의 또 주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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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여타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고요하게 날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순풍이 불어 무리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배처럼 날짜 역시도 하루도 지치지 않고 꼬박꼬박 흘러가고 있었다. 날이 지나면서 때가 되고 그때면 스스로 씨에 싹이 톧듯 상처 위론 자연스레 딱지가 눌러붙거나 진액같은 고름이 꺼슬꺼슬하니 굳어갔고, 몸 군데 군데에 박혀 있던 이자국을 따라서 아주 약간, 약간의 흉으로 자리잡을 상처와 서서히 아물어 본래의 색으로 돌아올 딱지들을 가늠해보면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고 사양이 찾아왔다. 주홍빛으로 물드는가 싶으면 어느새 잿빛으로 변해버리는 그 붉은 경계가 꺼져가는 숯불처럼 서서히 숨이 죽어가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스오우 츠카사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깨어난 지 사흘간은 그야말로 먹는 게 아닌 마시는 식사를 취했다. 희여멀건한 액체를 일일이 수저로 떠 먹여주는 에이치의 호의가 거북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 이틀이 되는 날에 츠카사는 스스로 먹겠다며 그의 친절을 거절했었다. 그는 조용히 웃으며 순순히 뜻을 굽혀 양보해주었다. “그러렴산뜻한 목소리로 웃으며, 그가 그때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기울였는데 그때 그의 머리칼이 부드럽게 찰랑이며 그의 콧잔등을 간지럽혔던 듯도 하다.


먹여주는 것을 양보한 것이지 곁에서 식사를 지켜보는 일을 멈추겠다는 말은 아니였기에, 식사 시간이 되면 텐쇼인 에이치는 시종을 부리면 될 것을 제 손으로 죽을 가져다 날랐다. 제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이 앞에선 누구라도 긴장하는게 당연하니 츠카사는 매 식사 시간마다 어깨를 움츠리며 저도 모르게 조심스럽고 평소보다도 더 예의를 갖춰가며 불편한 식사를 취했다. 그러다보니 물에 가까운 죽을 먹었을-마셨을-뿐인데도 불구하고 툭하면 복통이 났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않았다. 수시로 아파오는 배는 조금 참으면 그제야 긴장을 풀면서 서서히 고통이 수그러들었고, 그때면 몸도 나른해지면서 잠이 쏟아졌기에 복통이 시작되면 입을 벌려 호소하기보다는 그저 입술을 깨물며 끙끙거리며 앓아보낼 뿐이었다.


누군가가 저를 걱정해주는 일이 걱정해주지 않는 일보다도 마음에 커다란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스오우 츠카사는 이번을 통해 배우게 된 셈이였다. 아플 때 앓는 제 이마와 뺨을 보듬어주는 이가 없()는 일은 무척이나 서러운 일이었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걱정하며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일 또한 그 나름대로 마음이 불편하고 상대에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만 지속될 뿐이었다. 더 이상 미안한 일을 만들기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 외의 일로도 머리는 복잡했고 마음이 어수선했으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스스로도 억지로 거부하고 부정해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았기 때문에……


*


 

상처라면 상처고 충격이라면 충격적이었을 그 (날의 일이 있던 후로)사건을 겪은 후에 트라우마를 겪듯이 츠카사는 이따금 한밤중에 불현 듯 레오를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냥 생각이 났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건강이 회복됨이 가시적으로 드러남에 따라서 생각이 났다. 으레 누구나가 그렇듯 상처를 바라보고 있자면 상처를 준 그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아프다고 앓으면서 원망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스오우 츠카사가 느낀 감정은 그것들과 판이하게 달랐다. 말하자면,

!”


목이 뻑뻑했다. 또 그날처럼. 선뜩한 칼이 제 몸 여기저기를 긋고 지나는 통증을 느끼며 츠카사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고통스러운 잠에서 깨어난다.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그때마다 가슴뼈가 망가지기라도 한 양 필요이상으로 크게 부풀었다가도 조그맣게 쪼그라들었다. 숨을 내뱉을 때, 가슴뼈가 다시 제 자리를 찾아 내려앉을 때, 스오우 츠카사는 등을 굽히며 한 없이 제 안으로 기어들기를 원하는 양 무릎에 고개를 파묻으며 점점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숨이 정돈된 어깨는 바른 선을 자랑한다. 곧이어 망가질 그 선은 찰나의 정결함이었다. 고른 숨을 내뱉던 그의 입술 사이로 긴 한 숨이 흘러나온다. 힘이 없는 그 날숨은 머뭇머뭇 거리면서 허공 사이를 서투르게 헤집었고, 축축한 꼬리를 달고 있었다. 울음소리였다. 정결한 선은 그때 무너진다. 어깨가 흔들린다. 정결함이 무너진다. 그는 지금 울고 있다.

너무 싫어……


한참을 울다가 빨개진 눈꺼풀을 깜빡거리며 스오우 츠카사는 물기로 축축해진 제 뺨을 소매로 문질러 닦았다. 언제 눈물을 흘렸냐는 듯 뺨은 금세 매말랐지만, 눈망울은 아직도 시붉었고, 눈두덩이마저도 새빨갰다. 이불도 군데군데가 젖어 있어 누가 보더라도 눈물자국임을 눈치챌 게 분명했다. 먹물로 적신 붓끝을 툭, 하고 건드려 물방울로만 무늬를 새겨놓은 듯 눈물의 흔적이 진했다.


지독했다. 열에 앓아 누웠다던 그 이틀이 그리워질 정도로 뜨문 뜨문 상기되는 기억들이 지독하게 아팠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한밤중이면 더 선명하고 깊게 제게로 파고드는 그 날들을 지독한 백일몽을 꾸듯이 앓았다. 원치 않는 꿈을 자꾸만 심어두고 가버린다. 어렴풋하게 저 멀리서 감실거리나 싶던 기억들은 곧이어 선명하고 또렷한 선과 색채들로 제 앞에 화폭처럼 펼쳐졌다.


밤이면 밤마다 그랬다. 어두울수록 선명하게 그려지는 기억들 때문에 그는 한번은 침대 옆 탁상의 전등불을 키고 잠을 청해보기도 했으나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자다가 깨기를 반복하고 있어 그 누군가에게는 하루일 밤이 그에게는 몇 개로 쪼개지는 바람에 여러밤을 보낸 이처럼 지치게 만들었다.


차라리 이렇게 밤을 여러 번 보내는 만큼 제게 일어난 그 모든 일들이 부질없는 꿈이였으면 좋겠다고 그는 생각한다. 창밖을 바라본다. 아직 밤은 어둡다. 아침해를 부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오늘로 일주일…… 그 날로부터 정확히 일곱 번째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날이었다.

시간이 몹시도 짧았다. 밤은 이렇게나 끝이 아득할 정도로 길게만 느껴지는데 날짜는 성실하게 제 시간을 지키며 흘러가고 있었다.


무서워.”

혼잣말을 내뱉으며 그는 입술을 깨문다. 무섭다고 생각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마음은 그 다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매일 저를 향해 상냥한 미소를 지어오며 괜찮니?” 라고 물어오는 그를 향해 웃으며 .”라고 대답해왔던 자신을 떠올린다. 거짓말쟁이……,

전혀 괜찮지 않았다. 정말로. 그러나 이제와서 말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그간 그가 제게 보여왔던 모든 호의에 거짓으로 대했다는 사실을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건 몹시도 실례되는 일이고 그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를 심어주는 꼴이었다.


괜찮아……

듣는 이는 누구이고 말하는 이는 또 누구인가. 허공을 빽빽하게 매우는 말소리, 쉴 새 없는 속삭임처럼 그는 자기 자신을 타이른다. 그러는 새로 어김없이 날이 밝았고 서서히 사그라들며 지평선 너머로 밤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어스름하던 방을 만들고 있던 이 밤은 조그만 제 살점을 방 귀퉁이에만 겨우 남겨둔 채로 서서히 사라져간다. 이제 곧 빛 아래서 서서히 쪼그라들며 더 작아질 것이다. 느릿느릿, 스오우 츠카사는 이불에서 몸을 꺼내 그늘로부터 환한 창가로 걸음을 옮긴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며 스오우 츠카사는 제 뺨을 문지른다. 제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던 손에 힘을 주어 제법 센 소리가 나도록 제 뺨을 스스로 쳐본다. 찰싹. 정신을 차리는 편이, 옳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 말할 것이다. 그렇게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제 뺨을 때렸다. 새빨갛게 달은 뺨은 햇빛을 받아 그런지 더욱 더 그 색이 짙다.


괜찮아.”

 

괜찮았다. ‘스오우츠카사는 정말로 괜찮았다.


*


오랜만입니다. 무더위 조심하세요. 같이 힘내서 여름을 버텨보아요~! 저도 힘내서 레오츠카를 슝슝. 레플리카 슝슝 ('ㅅ ' * =3

헉, 그리고 지인의 제보로 알게된 사실인데... 전... 한국인이에요. 이건 번역소설이 아니고 제가 쓰고 있답니다( T _ T *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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