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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전 자기만족을 위해 쓰는 키세와 쿠로코의 이야기

* 10년 후의 미래 날조 설정입니다.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 캐릭터 해석에 다소 차이나 붕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언젠가

kise ryota X kuroko tetsuya



사위가 어둑어둑했다. 밤이면 밤마다 기세 좋게 발광하며 제 존재를 뽐내던 네온사인 불빛조차도 웬일인지 오늘따라 기가 죽어 점멸해버린 지금, 존재하는 빛이라곤 로터리 사이의 표지처럼 세워진 가로등불이 전부였다. 옅은 흰색의 조명체가 제 자그마한 빛으로 검은 밤 속에서 살아남기를 애써 버텨내고 있었다. 그래서 키세 료타도 쿠로코 테츠야도 얼굴이 어두워 들여다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살피기엔 빛이 너무나 약해서, 그들까지 보살피긴 숨이 가냘픈 조명이라서. 어둠이 어루만지는 바람에 그 손길에서 배어나온 검은 안료가 그들을 덮고 있다. 두 사람은 어둡다.

 


아픕니다. 키세군.”


 

쿠로코 테츠야가 말했다. 세차게 붙들린 손목이 못내 쓰려왔다. 제가 원하든 원치 않든 제 손목엔 그의 손모양대로 벌겋고 강직한, 그리고 넓고 따가운만큼 뜨거운 멍이 자리잡을 것이다.


키세 료타는 손을 놓지 않는다. 그는 가로등불마저 등지고 있어 밤을 뒤집어 써 어두운 얼굴이 한층 더 그림자를 덮고 있어, 어떤 낯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지를 쿠로코 테츠야로써는 더더욱이 알 수가 없었다. 어두우니까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우선은 놓고 말하면 안 될까요.”

 


그래도 손목에 가해지는 힘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사나운 이를 세워오는 덫처럼 제 손목을 꽉 옥죄어왔다. 아마 손목을 비튼다거나 벗어나기 위한 말을 뱉으면 뱉을수록 그는 더욱 강하게 제 손을 짓눌러오리라, 하여 쿠로코 테츠야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제가 차에 무언가를 흘리기라도 했나요? 그렇다면 가져다 주려 오신 거죠?”

 

말했다. 우회적인 반항이었다. 그의 반응을 살핀다. 손목의 힘은 여전히 느슨해지지 않고 그는 말이 없다. 그래서 쿠로코 테츠야는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 자신이 이렇게나 성급하게 타인에 대처하는 사람이였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재빠른 말씨였다.


 

전해주실 게 있다면 서둘러 전해주시지 않겠어요?”

 



자신이 벤 안에 흘리고 온 물건은 기필코 없을 것이다. 가방 한 번 열어서 뒤적거린다거나, 차에 올라탔던 몸을 줄곧 경직시킨 채 뻣뻣한 기둥이라도 등에 묶어놓아 세운 양 좌석시트에 편안하게 기대지 않고 역에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흘릴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저의를 머리가 똑똑한, 말하자면 잔머리가 좋고 눈치가 잽싼 그라면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을 것이었다.

 


키세군.”

 

미동조차 없다. 입술 한 번 달싹임없이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제 손을 붙들어잡고 떨어지지 않는 그를 향해 쿠로코 테츠야는,

 

료타.”


 

하고 이름을 불러주었다. 결코 열리지 않을 잠금쇠처럼 단단하던 그의 손목이 부드러운 매듭처럼 풀려나갔다. 파드득, 그의 어깨가 떨리던 모양새를 표현한다면 이 말이 제일 어울렸다. 그는 작게 어깨를 떨었고, 주저하듯 손을 내밀었다. 무언가를 쥐고 있는 모양새였다. 제 손을 꽉 붙들고 있던 왼손과 다른 오른손을 주먹 쥔 채로 제게 내밀고 있었다. 쿠로코 테츠야는 손목이 얼얼한 오른손 대신 왼손을 내밀었다. 그에게 내보인 손바닥 위로 찌그러질대로 찌그러져 누가 보면 껌이라도 뱉어놓은 뒤 주머니에서 한창동안 굴리고 굴려져 더 자그맣게 쪼그라든 쓰레기처럼 보이는 종이를 그가 제게 내밀고 있었다.

 


이거.”

.”

두고 갔어요. 쿠로콧치.”

 


자신이 이 종이를 소유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유무도, 제가 실제로 흘렸는지에 관한 사실여부도 더 이상 중요치 않았다. 그가 손을 풀어주었고, 이 종이뭉치 하나를 건네주기 위해 달려왔다는 상황만이 제게 주어져 있었기에 쿠로코 테츠야는 조심스럽게 주머니로 종이뭉치를 소매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치 소중한 것을 되찾은 양 부드러운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키세군.”


 

하고 말해주었다. 키세 료타가 뱉었던 목소리와는 그 소리가 상당히 대조되었는데, 앞서 설명하지 못했지만, 쿠로코 테츠야의 목소리가 평이하고 잔잔한 어조, 말하자면 순풍만이 겉돌아 잔물결만 간간히 일렁이는 바다 같았다면, 키세 료타의 목소리는 그 떨림이 너무도 심해 묵직한 돌을 제 속에 넣어두다가 실수로 성대를 억누르는 바람에 목소리를 꺼낼 때 마다 돌을 비집어내고 나오는 듯 덜컹덜컹 떨리며 불안하게 뱉어지고 있었으니까. 저 짧은 말조차도 굴곡이 심했다.


 

늦었으니까 그만 돌아가주지 않을래요? 내일 스케줄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

물건, 정말로 감사하니까요.”

 


이번에도 역시 제가 먼저 발을 돌려야할까, 작게 한숨을 뱉으며 쿠로코 테츠야가 몸을 돌리려는데 제 양복 자켓 소매를 조심스럽게 쥐는 힘이 느껴졌다. 제 팔을 따라 시선을 내리다보면 소매를 쥐고 있는 키세 료타의 손가락이 보인다. 윤이 잘 돌도록 다듬어진 장미수정처럼 반질반질한 손톱

 


감사하니까 나중에 밥…… 아니, 차라도 사줘요.”

.”

언제?”

제가 연락드릴게요.”

언제……

 


대답은 또 다른 대답을 요구해왔다. 도무지 대화가 끝맺어질 거 같지 않아 쿠로코 테츠야는 입을 다물고 낮은 신음을 뱉었다. 이럴 때는 오히려 확실히 대답해주고 맺어버리는 게 좋다, 생각했기에 그는 또박또박하고 정직한 목소리로, “다음주 목요일, 1시에 봬요. 이제 되었죠?” 말하며 제 소매를 붙든 손가락을 떨쳐내려는데, “, 어디서 만날지 안 가르쳐줬잖아요.” 라며 그가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제 손목을 붙들어왔다. 그의 손바닥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내 속으로 배어들기 시작하려는 그의 온기를 가로막는 건 겨우 얄팍한 살갗 두 개의 막이 전부였다. 그와 나,

 


역전(驛前)이요.”

?”

오늘 제가 내린 역 앞에서 만나죠.”

정말이죠?”


 

이제 그는 양손으로 제 손을 잡고 있었다. 저보다 큰 신장을 허리 굽혀 낮추어 시선을 맞춰가면서까지 제게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

 

쿠로코 테츠야가 대답하는 순간 타이밍 좋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소리의 근원지는 다름아닌 키세 료타의 외투 주머니로 필시 매니저의 전화가 분명하리라고 쿠로코는 생각했다. 부재의 시간이 길어진 그를 걱정하는 전화일 텐데 양손으로 붙든 제 손 하나를 놓지 못해 그는 전화를 받지 못한다.

 



이제 돌아가세요. 매니저…… 미츠바씨가 걱정하실 겁니다.”

……

약속, 지킬테니까요.”


 

도무지 발걸음을 뗄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였다. 강단있게 그를 보내야 할 기회이자 순간이기도 했다. 해서 쿠로코 테츠야는 안 가시나요?” 라며 그에게 물었지만, 그는 우물쭈물한 태도를 보이며 그치만……그치만-” 하고 자꾸만 같은 말을 번복하며 어미개의 젖만을 갈구하는 새끼강아지같은 눈망울로 제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약속은 없는 걸로 할까요? 이렇게까지 의심하는 사람과는 약속같은 건-”

, 가요! 갈게요.”

 


그제야 키세 료타는 손을 놓아주었다. 잔뜩 곱씹어 쪼글쪼글해진 입술을 또 한번 강하게 깨물며 키세 료타는 쿠로코 테츠야의 얼굴을 주시했다. “목요일 잊지 않을테니까, 돌아가세요.” 하는 말을 끝으로 그제야 키세 료타는 천천히 제게서 멀어져갔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저를 뒤돌아보는 그를 향해 쿠로코 테츠야는 제법 높이 쳐든 손을 힘없이 흔들어주는 걸로 그를 배웅하였다. 날마다 아침이면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신발장에서 운동화 찍찍이만 쩌걱쩌걱 소리내며 망설이는 아이처럼, 연신 뒤를 돌아보며 서서히 멀어져가는 그를 보며 쿠로코 테츠야는 제 손가락 사이로 갈라지며 흘러가는 찬 바람을 느낀다. 밤기운이 담뿍 배여 있었다. 그 바람에도, 제 양복 소매에도, 제 뺨에도. 피로했다.

 


서서이 멀어져가는 밤기운이 담뿍 배인 찬 바람이 손가락 사이로 흐르며 갈라짐을 느낀다


-


과연 이대로 계속 써도 괜찮은 것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괜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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